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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컬렉션으로 본 '부유한 소국'

리히텐슈타인 왕가 보물展

내년 2월1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왕가 생활문화 등 담긴 작품 전시

카를 에우제비우스 1세 대공의 마이엥크루그.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위치한 리히텐슈타인(Liechtenstein) 공국은 서울 면적 4분의 1에 불과한 160㎦의 영토를 가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작은 나라다. ‘대공’(大公)을 국가 원수로 하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해 왕실 가문의 성(性)이 곧 국가명이다. 하지만 작다고 얕볼 나라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 13만 달러의 부국(富國)이며, 900여년 지속된 가문이 축적한 문화적 자산이 찬란하게 빛나는 대국이다.

특별전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이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해 내년 2월 10일까지 열린다. 지난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전시가 바로크 명화와 컬렉션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미술품은 물론 왕가의 역사부터 생활문화·도자기·사냥 등을 총체적으로 속속들이 보여준다.

12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 근방의 귀족 가문에서 시작된 리히텐슈타인 왕가는 17세기 초 카를 1세가 합스부르크 황실로부터 대공 지위를 받았고 18세기부터 공국으로의 역사가 시작됐다. 참전의 공로와 여러 업적으로 받게 된 카를 6세 황제의 공국 성립 인정 문서는 장식적이면서도 위엄있다. 정성스럽게 적은 글씨와 인장 등은 역사애호가를 위한 볼거리다.

피에트라 두라 기법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함.


연수정 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가문의 문장을 새겨 병으로 만든 ‘마이엥크루그(뚜껑이 달린 병)’는 그 자체로 가문의 명성과 권위를 반영한다. 색깔 있는 돌을 짜 맞추어 장식하는 석상감(石象嵌) 기법인 ‘피에트라 두라(Pietra dura)’를 써서 제작한 가구는 우리나라 고려의 나전칠기 못지않은 치밀한 수공의 힘을 느끼게 한다. 멀리서 새장처럼 보이는 샹들리에는 밑면이 시계로 이뤄져 있다. 높은 곳에 매달아뒀을 경우 사람들이 두루 시계를 볼 수 있는 방식이며 15분마다 새 장식이 지저귄다. 이 시계 샹들리에는 유럽에서 인기였으며 중국 황실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훗날 리히텐슈타인 공국이 시계 기술력으로도 이름 떨치게 된 만큼 중요한 유물이다. 신고전주의 시대의 대표적 초상 화가 엘리자베스 비제-르브룅이 그린 ‘카롤리네 대공비의 초상’은 대공비를 아름다운 여신처럼 묘사했다. 그들의 화려한 생활상은 신(神)이 부럽지 않았을 정도임을 짐작하게 한다.

리히텐슈타인 만찬 및 디저트용 식기 세트 중 ‘주름이 진 그릇(몬티스)’와 유리잔.




리히텐슈타인 왕가는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를 수입해 사용하다가 18세기부터는 빈 도자기 공장의 도자기를 주로 구입했다. 독일 마이센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빈 도자기공장은 깨끗한 색채와 도금, 유려한 기형으로 명성을 쌓았다. 빈 도자기 초기의 이국적 문양부터 황실 취향이 반영된 화려한 로코코 양식과 다채로운 색, 회화를 구현한 도자기 등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나폴레옹이 로마에서 사용하기 위해 주문 제작한 은식기로 실제 왕실 규범에 식탁을 차려놓았다. 벨베데레궁 정원에서 바라본 빈의 전경을 그대로 그려넣은 도자기, 귀한 식재료를 그릇마다 달리 그려 메뉴에 맞출 수 있게 한 그릇 등은 감탄을 자아낸다.

사자 가죽을 두른 헤라클레스.


귀족의 특권인 말 사육과 석궁 등 사냥 관련 유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사의 갑옷도 풀세트로 전시됐다.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예술 후원을 법제화한 나라였고 그를 통해 수집한 회화와 조각도 감상할 수 있다. 요한 크레프트너 리히텐슈타인 왕실컬렉션 관장은 “리히텐슈타인 가문에게 미술품은 권력과 지위의 상징인 동시에 필요한 때에 의지할 수 있는 재산이었다”고 말했다. 고궁박물관이 베트남·헝가리·일본 오키나와에 이어 네 번째로 마련한 왕실 특별전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사진제공=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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