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코레일에 따르면 2018~2022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올해 안전·서비스 강화 사업예산은 5,498억원으로 지난해 계획 규모인 7,265억원보다 24.3%나 줄었다. 같은 기간 코레일 전체 예산은 6조3,424억원에서 7조1,547억원으로 12.8% 증가했다.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코레일은 오는 2022년까지 원가절감 노력으로 영업손익을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정권 차원의 임무 달성은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오 사장의 비전문성은 수차례 드러났다. 그는 SR과 코레일의 합병을 두고 “3년 연속 영업흑자를 내던 코레일이 SR과 분리된 지난해 2,500억원 이상 적자가 났다”며 “수익이 나는 노선만 위탁 운용하는 SR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여객 부문 영업이익은 3,610억원에서 지난해 820억원으로 감소한 것은 맞지만 같은 기간 광역철도는 530억원 흑자에서 1,430억원 적자, 물류는 2,300억원 적자에서 3,160억원 적자로 확대됐다. 단순히 SR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철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 비상임이사 4명 중 3명이 민주노총 출신이거나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라며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열수관 파열 사고를 일으킨 한국지역난방공사도 마찬가지다.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친정부 성향의 비전문가다. 그의 이력은 에너지 분야와 무관한 국회도서관장 출신이다. 이렇다 보니 기관장으로서 전문성은 물론이고 정무적 판단능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사장은 5일 백석역 사고 현장에서 웃으며 보고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별 뜻이 없었다”는 게 공사 측의 입장이지만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다.
농어촌공사는 의료관광복지학과 교수 출신이 농어촌개발 담당이사로 선임돼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까지 농어촌공사의 수장을 맡았던 최규성 전 사장은 취임 전 태양광 사업운영 전력이 드러나 스스로 옷을 벗었다. 그 역시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이다. 김형근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본업보다 자기 정치 행보를 벌인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가스안전공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 취임 이후 사회공헌 예산의 70%는 청주로 돌아가고 있다”며 “가스안전공사의 위치가 청주와 가까운 충북 음성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김 사장의 사적 남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충북 청주는 김 사장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곳이다.
갑질 논란에 휩싸인 비전문가 출신 공공기관장도 있다. 최창희 공영홈쇼핑 사장은 2012년 문재인 대선캠프 홍보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지난 7월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특정 업체의 방송 편성을 막았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김대중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출신인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이석행 폴리텍대 이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9월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40개 공공기관에서 임명된 1,651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365명이 ‘캠코더(대선캠프·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최근에는 낙하산 수장들이 있는 기관에서 잇달아 사고가 발생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최고경영자와 주요 임원에 낙하산 인사가 계속 쏟아지면서 기관의 본업은 외면받고 정치적인 문제 해결에만 주로 동원되고 있다”며 “단기 일자리 창출에 공공기관이 동원되고 있는데 낙하산 인사들이 있는 기관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요구라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세종=강광우·박형윤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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