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받는 기업 4곳 가운데 1곳에서는 여전히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관리 부담과 인건비 부담 상승 등 경영상 애로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으며, 그 대책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고 있는 대·중견기업 31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24.4%가 “주 52시간 초과 근로가 아직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8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인 16.4%보다 8%포인트나 높은 수치로, 이달말 계도 기간 종료가 임박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초과근로가 있다는 기업들 중에서는 연구개발(R&D) 등의 직무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납기를 맞추기 위해 당분간 초과근로가 불가피하다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71.5%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인해 실제 경영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애로 사항으로는 ‘근무시간 관리 부담’을 꼽은 기업이 32.7%로 가장 많았고 ▲ 납기·R&D 등 업무 차질(31.0%) ▲ 추가 인건비 부담(15.5%) ▲ 업무 강도 심화로 인한 직원 불만(14.2%) ▲ 직원 간 소통 약화(6.6%) 순이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는 전체의 59.3%가 ‘근무시간 관리 강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유연 근무제 도입(46.3%)과 신규 인력 채용(38.2%), 자동화 설비 도입(19.5%) 등이 뒤를 이었다.
대안으로 필요한 제도에 대해서는 탄력적 근로 시간제라고 답한 기업이 48.9%에 달했으며, 선택적 근로 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꼽은 기업이 각각 40.7%와 17.4%로 파악됐다. 특히 탄력적 근로 시간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들 가운데 58.4%는 ‘단위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현재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이 경우 노동자 임금 감소와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연 근로제 도입 필요성에도 실제 탄력근로제를 도입했다는 기업은 전체의 23.4%에 그쳤으며, 선택 근로제(21.8%)와 재량 근로제(9.2%), 간주근로제(6.3%) 등 다른 유연 근무제도도 실제 활용률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의는 “대·중견기업의 어려움도 상당한 만큼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기보다는 정부가 현장 애로를 면밀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에 대해서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 근무 효율성과 근로자 만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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