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창사 60년 만에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을 추진한다. 생명보험사 가운데 6번째, ‘빅3’ 생보사 중에는 3번째 상장이다.
교보생명은 11일 정기이사회에서 기업공개(IPO) 추진을 결의했다.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잠정 결정했다. 상장 배경으로는 국제회계기준(IFRS)17·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한 자본 확충이 꼽힌다. 일반 투자자에 문을 열어 돈을 모으겠다는 의미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은 2022년 도입된다. 이와 함께 보험금 지급 능력을 새로 평가하는 K-ICS도 시행된다. 교보생명은 현재 지급여력비율(RBC)이 292%로 기준치(100%)를 웃돌지만,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이 많아 IFRS17이 시행되면 부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교보생명도 내부적으로 IFRS17과 K-ICS가 도입되면 최소 수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검토하고 준비해왔다”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5,000억원가량을 내부유보금으로 쌓아뒀고, 지난해 7월엔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도 발행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종자본증권 같은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된다. 여기에 IPO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교보생명 관계자는 내다봤다.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교보생명이 IPO를 추진하는 데에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반발을 의식한 면도 있다.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0%를 사면서 2015년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을 되파는 풋옵션을 받았다. 약속한 시점까지 IPO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FI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최근 1조 2,000억원의 풋옵션 행사를 통보한 상황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의 FI들 가운데 어피너티가 풋옵션 행사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IPO 추진 결정엔 내년 안에 증시에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으로 FI들을 달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보생명 최대주주는 신 회장(33.8%)이다.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39.4%다. IPO로 신주가 발행되면 이 지분은 다소 희석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주 발행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리사주조합에 우호적 투자자 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 경영권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IPO를 위한 주관사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지정감사인 감사, 상장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 공모 등의 절차를 밟는다. IPO가 성사되면 동양생명(2009년 10월), 한화생명(2010년 3월), 삼성생명(2010년 5월), 미래에셋생명(2015년 7월), 오렌지라이프(2017년 5월)에 이어 생명보험사 중 6번째로 상장하게 된다. 교보생명은 총자산 108조원, 자기자본 10조원, 보유계약 434만명, 계약액 304조원으로 삼성생명·한화생명과 더불어 생명보험업계 ‘빅3’로 꼽힌다. 현재 교보증권,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 교보AXA자산운용, KCA손해사정, 교보정보통신, 교보리얼코, 생보부동산신탁을 관계사로 두고 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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