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이 전혀 필요없는 신개념 DIY(do-it-yourself) 조립형 가죽 가방입니다. 동봉된 스패너만 있으면 다른 공구 없이도 1시간 내에 조립할 수 있습니다.”
김경아(41·사진) 스튜디오 오브젝티브 대표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새로운 기술과 아이템을 접목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자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학부에서 의류학을, 대학원(석사)에선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이다. 지난 2011년 선배와 함께 가방 브랜드를 론칭해 사업을 펼쳤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위로는 유럽의 고급 브랜드에, 아래로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치이다 보니 중소기업으로서 지속 성장이 어려웠던 것이다.
김 대표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됐다. 다니던 사업체를 박차고 나와 2015년 조립식 가죽 가방 개발에 착수한다. 개발 과정에서 가방 가죽의 인장 강도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한국 생산기술연구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제조업 소프트파워 강화지원’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김 대표는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 조립식 가죽 가방을 양산할 수 있는 공장을 소개 받은 것은 물론 상당한 금액을 지원 받았다. 김 대표는 “대부분 지원 프로그램이 시제품 개발까지만 지원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제품 양산으로 가는 길을 지원한다”면서 “제품 양산을 앞두고 있을 시점에 이 사업에 선정돼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제조업 소프트파워 강화지원 프로그램에서 ‘소프트파워’란 물리적 제조단계 이전의 기획·설계와 같은 무형의 생산 활동을 의미한다. 엔지니어링, 디자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가 해당된다. 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제조 역량과 소프트파워를 모두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취약점을 간파한 산업기술진흥원의 제조업 소프트파워 강화지원 사업은 제조역량을 가진 업체에는 두뇌 역량을 가진 업체를, 소프트파워를 가진 회사에는 제조 전문 업체를 연결해준다. 디자인과 제품 설계 역량을 가졌던 김 대표는 자신에게 취약했던 가죽 제조 공장을 소개받아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적지 않은 지원금까지 받은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어셈블리’(사진)다. 바느질이 필요없는 DIY 조립형 가죽 가방으로 동봉된 스패너만 있으면 다른 공구 없이도 1시간 내에 조립이 가능하다. 구멍이 뚫려있는 천연가죽을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결합하는 방식이다. 35㎜의 작은 상자 안에 모든 구성품이 들어 있어 부피 또한 작다는 것도 장점이다. 볼트와 너트, 천연가죽이라는 소재의 특성 때문에 무거울 것 같지만 제품의 총 중량이 1㎏을 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전에는 없었던 제품을 통해 승부수를 던지는 만큼 다양한 마케팅을 벌여 제대로 된 성과를 내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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