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139480)가 미래형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모습을 집약한 신규 점포를 2년 반 만에 오픈한다. 일반 대형마트 매장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다양한 전문점과 체험형 공간의 비중을 늘리고 매장 전반적 배치도 온라인 업무에 최적화했다.
이마트는 오는 13일 경기 의왕시 오전동에 의왕점을 개점한다고 11일 밝혔다. 의왕점은 면적 9,917㎡(약 3,000평) 규모로 한 주상복합건물의 지하1, 2층 공간을 사용한다. 이마트가 새 점포를 내는 건 지난 2016년 6월 김해점 이후 처음. 그 동안은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트레이더스의 출점에 주력해 왔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영업을 접은 점포만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전환한 서울 장안점을 포함해 4곳이다. 기존 대형마트 모델이 성장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2년 반 만의 신규 점포 개점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마트 측은 신규 출점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 만큼 의왕점에는 미래형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고민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일반 대형마트 매장을 압축하는 대신 전체 영업면적의 절반을 전문점과 체험형 공간으로 꾸밈으로써 고객들을 유인하고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체 면적의 절반 수준인 1,500평 규모로 대형마트 매장을 배치하고, 나머지 절반은 일렉트로마트·삐에로쑈핑·데이즈·부츠 등 전문점과 지역주민 대상 큐레이션 문화공간인 ‘컬처라운지’로 채웠다. 특히 컬처라운지는 카페와 독서공간을 대거 포함해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체험의 요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측은 “기존에는 3,000평을 거의 다 일반 대형마트가 썼다면 이번에는 그 절반 수준”이라며 “대형마트 매장에는 전문점과 중복되는 상품을 빼고 재구매 빈도가 높은 식료품 중심으로 배치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마트 매장 중 처음으로 종이 없는 디지털 매장을 표방하며 종이 사용량을 동일한 규모 점포의 20% 이하로 낮춘다. 가격표와 행사상품 전단은 전자가격표시기로 대체하고 곳곳에 붙어 있던 현수막과 포스터 대신 고화질의 디지털 사이니지(게시판)을 설치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안내 로봇 ‘트로이(Tro.e)’도 시범 도입한다. 적어도 1개월 이상 운용하며 고객의 쇼핑을 돕는다는 전략이다. 트로이는 27인치 대형 화면을 장착한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으로, 올해 시범 운영한 바 있는 ‘페퍼’보다 큰 터치스크린을 달아 고객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매장 및 상품 안내, 상품이 진열된 곳까지 에스코트하는 기능과 간단한 일상 대화 등의 기능을 탑재했다.
매장 배치는 처음부터 온라인 업무환경을 고려해 이뤄졌다. 온라인 거점점포로 육성하는 차원으로, 온라인몰 주문 물량을 점포에서 배송할 때도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도 방해하지 않도록 레이아웃을 짜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기존 점포보다 온라인 업무 효율이 2배 이상 올라갈 것이라는 게 이마트 측 예상이다. 회사 측은 기존에는 이미 문을 연 점포에 온라인 관련 공간을 따로 만들어 점포 배송을 위한 온라인센터를 꾸려야 했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두섭 이마트 개발담당 상무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에 발맞춰 앞으로 할인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개성 있는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운 이마트 전문점과 할인점을 결합하고 디지털 쇼핑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쇼핑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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