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6명은 현 정권 임기 내에는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다수 기업들은 내년에 허리띠를 더 졸라맬 계획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1일 발표한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CEO 244명 중 60.3%가 오는 2021년 이후에나 국내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초에 끝나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현 정부의 임기 막바지에나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응답한 CEO의 절반 이상(50.3%)은 내년에 긴축경영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상유지로 답한 CEO도 30.1%에 달하는 등 대부분이 내년 경영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300인 미만 기업은 55.2%가 내년 경영성과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위기감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투자와 채용 역시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투자와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자가 각각 48.8%와 45.4%를 차지했고 올해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은 32.1%, 34.2%를 기록했다. 더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은 20% 안팎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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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까닭으로 정부 정책을 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CEO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노동정책을 내년 경영의 주된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 밖에 내수부진(23.4%), 미중 무역분쟁(15.1%), 유가·원자재가격 불안(9.8%), 반기업 정서 확산(7.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산업은행은 국내 기업의 내년도 설비투자가 170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통계 기준을 정비한 지난 2016년 이후 최저치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의 설비투자가 모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의 경우 D램 등 주력 상품 가격 하락세에 따라 내년도 설비투자액이 올해보다 3.1% 감소한 33조9,000억원에 머물 것으로 산은은 내다봤다. 디스플레이업종도 기존 생산설비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올해보다 투자가 2.0% 감소한 21조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극도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종은 투자금액이 올해보다 11.5% 줄어든 7조6,000억원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 /박성호·서일범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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