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2호가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태양권 경계를 넘어 성간우주에 도달했다.
지난 1977년 8월 20일 발사된 이후 41년에 걸쳐 297억7천200만㎞를 비행한 끝에 이뤄낸 결과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0일 낮(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 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보이저2호의 성간우주 진입 사실을 공개했다.
보이저2호 담당 과학자들은 탐사선이 지난달 5일 성간매질(interstellar medium)의 압력과 태양풍 압력이 균형을 이루는 태양권 계면(헬리오포즈·Heliopause)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태양권 계면은 태양풍의 영향이 없어지는 경계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쌍둥이인 보이저1호는 보이저2호보다 16일 뒤에 발사됐지만 보이저2호보다 빠른 궤도를 택하고 속력도 높아 지난 2012년 성간우주에 진입한 상태다.
보이저2호는 현재 지구에서 약 180억㎞ 떨어진 곳을 비행 중이지만 여전히 통신이 가능한 상태다. 보이저2호에서 전송한 신호가 빛의 속도로 심우주네트워크(DSN)를 통해 지구에 도착하는 데만 16.5시간이 걸린다.
보이저2호는 PLS라는 플라스마 측정장비가 실려있어 태양권 계면을 넘어 성간우주로 진입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탐사선이 태양권(헬리오스피어·Heliosphere)에 있는 동안에는 태양에서 흘려보낸 플라스마, 이른바 태양풍에 휩싸여 있었다. PLS는 플라스마의 전류를 측정해 태양풍의 속도와 밀도, 온도, 압력 등을 측정하는데 11월 5일 태양풍 입자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 관측되고, 그 이후에는 탐사선 주변에서 태양풍이 측정되지 않고 있다.
성간우주에 먼저 진입한 보이저1호도 PLS를 싣고 있었으나 1980년 고장이 나 이런 측정 임무는 수행하지 못했다.
플라스마 자료 이외에 탐사선에 실린 자력계 등 다른 과학장비를 통해서도 성간우주 진입을 입증하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이저프로젝트팀은 보이저2호가 측정한 과학자료를 토대로 태양계 끝의 우주 환경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이저호는 당초 목성과 토성을 연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이후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근접 비행을 하게 됐으며, 원격 프로그램 조정을 통해 심우주로 나아가 성간우주에도 진입했다. 특히 보이저 2호는 설계수명 5년에 불과했으나 41년째 정상가동되면서 NASA의 최장수 프로젝트에 올라있다.
보이저호는 플루토늄을 원료로 전기를 얻어 가동되고 있다. 이 연료가 떨어지면 지구와 연결이 끊기게 된다.
보이저 프로젝트 책임자인 수전 도드는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보이저호가 2027년까지 가동되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 “탐사선을 50년 동안 가동한다는 것은 극히 흥미로운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보이저 1,2호가 태양권 계면을 벗어난 것은 확실하지만 태양계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소규모 천체들이 모여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이 태양의 중력 영향을 받아 넓은 의미의 태양계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오르트 구름의 폭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태양에서 1천 AU(천문단위·1 AU=태양~지구 거리)부터 10만 AU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이저2호가 비행한다면 안쪽 끝에 도달하는데 300년, 이를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3만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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