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에 몰린 부실 공기업의 상징을 민영화해 살려내라’
2014년 12월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오투리조트 매각 주간사로 선정된 후 필자에게 떨어진 명제다. 강원 태백에 있는 오투리조트는 골프장과 스키장을 갖춘 종합휴양레저단지로 2008년 12월 개장했다. 강원 태백시가 설립한 태백관광개발공사 소유다. 오투리조트는 태백시가 최대주주이고 코오롱글로벌과 강원랜드가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 지역개발과 재정확충 수단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투리조트는 미분양에 따른 영업손실이 누적되면서 파산위기에 내몰렸다. 온갖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자 공사대금 채권자 등이 2014년 6월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을 했고 같은해 8월 회생개시 결정을 받아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금난은 해소되지 않았고 채무변제가 불가능해지면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를 크게 초과해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생존이 가능했다.
오투리조트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비딩에는 모두 4개 업체가 참여했다. 법무법인 바른과 안진회계법인 컨소시엄이 매각 주간사로 선정됐다. 안진-바른 컨소시엄은 매각 주간사 선정 당시부터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강원 태백이라는 지리적 위치, 추후 사업 타당성 등의 문제 제기가 불거지면서 마땅한 투자자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일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투자자들도 있었지만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이 있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재차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출구가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드디어 구세주가 나섰다. 2015년 11월 진행된 세 번째 입찰에서 부영주택을 조건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국유지 매수 관련한 네 번째 입찰을 진행했고 추가로 유효한 입찰 참가자가 없음에 따라 2016년 12월 부영주택과 투자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회생 절차 중 인수합병(M&A) 외에는 태백관광공사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잠재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투자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태백관광개발공사가 지방공기업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절차 진행이 쉽지 않았다. 특히 리조트 회원권을 보유한 지역민들이 회생 계획안의 낮은 현금 변제율에 격렬히 반발했고 태백시 최대의 수익사업을 민영화하는 것에 대한 태백시 의회의 승인도 필요했다. 더욱이 지방공기업법 제75조의5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주식회사로의 전환은 전례가 없었다.
법무법인 바른은 회생 절차 중 M&A에 따른 주식회사 전환 및 절차에 관해 행정자치부, 법원 등 관련 기관의 질의회신까지 받아 태백관광개발공사의 주식회사 설립등기까지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여기에 더해 회원권자 기타 채권자들, 태백시 의회까지 다각도로 설득하는 업무까지 지원했다. 결국 2016년 2월 말 회생계획을 인가받고 2016년 6월 주식회사 전환등기가 완료됐다. 인가된 회생계획안에 따라 부영주택은 태백관광개발공사가 발행한 기명식 보통주식을 800억원에 인수하고 출자전환 되는 주식을 포함해 기존 주식은 모두 무상 소각됐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부영주택의 자회사로 민영화됐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복리를 증진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개발 및 재정확충의 수단으로서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등의 지방공기업을 설립해 수익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개선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방공기업들의 재정상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회생 절차 중 M&A를 통해 주식회사로 민영화함으로써 지방공기업이 회생한 최초의 사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실 지방공기업을 정리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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