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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쇼크는 ‘과속·외골수’ 정책 때문” 참여정부 두 노동장관의 쓴소리

■니어재단 시사포럼

김대환 전 장관 "노동정책, 공정·효율에 역행

혁신성장-노동개혁-분배개선으로 정책전환"

이상수 전 장관 "정부, 변명하는 자세로 일관

경제성장·분배 균형감 있게 정책을 펴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이미 노동시장에 들어와있는 ‘내부자’ 위주의 정책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오히려 공정과 효율에 역행할 우려가 큽니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우리 정부가 변명하는 자세로 일관하는 게 큰 문제입니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허심탄회하게 담론을 하고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없습니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노무현 정부 시절 2년씩 나란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와 이상수 법무법인 우성 대표변호사가 문재인 정부의 고용정책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13일 니어(NEAR)재단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 노동생태계의 침하와 복원대책’을 주제로 연 시사포럼에서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서울경제DB




기조 강연자로 나선 김 전 장관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득템’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상당히 과속이고 외골수”라고 평가했다. ‘득템’은 아이템을 얻는다는 뜻의 신조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일자리위원회 설치 등 몇 가지 소재를 찾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구조적 사고는 전혀 없다”는 얘기다. 김 전 장관은 노동부 장관을 지낸 뒤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노사정 대화를 이끌었다.

그는 “경제는 순환이고 시장은 역동성이 있는데 이것을 완전히 경시했다”며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은 지불 능력과 파급효과, 자영업자 대책이 동시에 고려돼야 하는데 구조적 사고 없이 겉과 끝만 맞추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작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어떻게 혁파해보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단기 실적을 내기 위해 압박하는 것은 노동정책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보여준다. 개발연대 정부 때나 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어설픈 진보와 개념 없는 정치의 합작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정’의 기치를 내건 현 정부가 오히려 공정과 효율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고 있다고도 했다. 김 전 장관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 “정부 지침에는 정규직화를 할 때 공개채용 형태로 하도록 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며 “취업준비 중이던 청년들은 허탈해진다”고 했다. 또 하나의 ‘내부자’ 위주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이 전 장관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노동·인권변호사였던 이 전 장관은 퇴임 후 변호사로 돌아와 현대자동차 노사간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를 변호해 ‘노동계 구원투수’로 불리기도 한 인사다.

이 전 장관은 “노동 문제는 사회적 대립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정부처럼 협의도 않고 큰 문제를 불쑥불쑥 내세워서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화하려면 사전에 준비하고 사후에도 계속 관리해야 하는데 현 정부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변화에 대한 관리는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제가 노무현 정부 때 노동장관을 했지만 그때도 관리가 소홀했다. 문 정부도 좀 더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대증요법에만 집착…구조적 문제 풀기 위한 고민해야”

이날 포럼에서는 각종 지원금·보조금처럼 단기 증상 치료에 집착하지 말고 노동시장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책프레임이 짧아지고 대증요법에 치우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투자 없이 당면한 일자리 문제에만 집착하다 보니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국회와 언론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금 교수는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세계적 추세와 역행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세계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스페인·이탈리아 등 외국에서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완화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정책이 결정된다”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균형감이 상실됐다”고 꼬집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고용 형태와 근로시간 등이 정형화되지 않은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는 여기에 모순된다고도 설명했다.

◇“지금의 정책 기조 유지해야” 목소리도

최저임금 인상과 공정경제 등 지금의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대기업 정규직과 대기업 비정규직·중소기업 정규직,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100:60:40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처럼 (저임금근로자·비정규직 등) 2차 노동시장을 올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 중심의 생산물·판매시장 독점구조 때문”이라며 “규제는 당연하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적폐청산위원회’로도 불린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병훈 중앙대 교수도 “보수정권 10년 동안 친기업 편향의 노동 ‘개악’ 정책이 일관되게 전개됐다”며 이 때문에 노조 교섭력이 오히려 약해져 노동위기가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각에서 나오는 ‘노조망국론’을 비판하면서 “정부에서 하겠다는 일이 제대로 안 되는 가운데 또 다른 거부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편 가르기 식이 되지 말고 개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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