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금융투자 풍속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온라인전용펀드와 해외 주식 직구가 크게 증가한 반면 증권사 오프라인 매장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 투자 수단이 마땅치 않고, 주식시장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해서 이같은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온라인전용펀드 시장이 9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설정액은 8조8,434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6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올 한해에만 44% 이상 늘어났다.
온라인전용펀드 증가세는 온라인펀드 활성화 정책 덕분이다. 지난해 7월부터 공모형펀드를 출시하는 자산운용사들은 반드시 온라인전용펀드를 함께 선보여야 해 기존보다 상품이 다양해졌다. 특히 온라인전용펀드는 오프라인 상품 대비 비용이 45% 정도 저렴하다. 예컨대 오프라인 상품인 ‘한국투자베트남IPO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C)’의 수수료가 1.774%인데 비해 온라인전용인 ‘한국투자베트남IPO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S)’는 0.974%에 불과하다.
새로운 기관 참여자들의 역할도 컸다. 카카오페이 펀드는 출시 2~4시간 만에 완판됐다.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를 담보로 한 상품은 8,000만원 모집에 10분밖에 안걸렸다. 안전성 등 일부 논란은 있지만 온라인전용펀드 판매 채널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삼성페이와 제휴해 선보인 ‘펀드슈퍼마켓’도 점유율이 빠르게 늘었다. 2014년 가입자는 4,120명이었지만 작년 말 10만 명을 넘었고 이달 현재 13만4,000여명까지 불어났다. 김승현 펀드온라인코리아 플랫폼운영팀 팀장은 “최근 어려운 장에서도 신규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온라인 금융시장은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며 확대되고 있다“며 “반면 기존 금융사들은 오프라인 영업점 수를 줄이고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70개 증권사들의 오프라인 영업점 수는 2008년 1,863개에서 지난 9월 1,108개로 10년 동안 40% 이상 사라졌다. 내년엔 1,000개 밑으로 떨어질 대에 가능성이 높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보편화되면서 영업지점을 찾는 투자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결과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 등 디지털 금융 활성화로 점포 방문 고객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영업환경도 불투명해져 운영 효율화를 위해 점포 통폐합은 어쩔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건 펀드 뿐만이 아니다. 고액 자산가 위주로 영업점에서 이뤄졌던 해외주식 거래도 직접 투자로 바뀌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이 HTS나 MTS에 해외 주식 온라인 거래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정보 확인서 작성 및 사전등록 과정만 거치면 손쉽게 해외 직구가 가능하다. 개인과 기관의 외화주식예탁 결제 규모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31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5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는 11월 기준 303억 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진한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호조세,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중개 서비스 확대 등으로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해외 직구에 익숙하고 글로벌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중심으로 주식 직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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