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세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국 부국장은 “디지털 시대의 혁신은 고숙련 노동자의 노동수요를 증가시켜 소득 양극화를 초래하고, 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확대해 소득 불평등을 심화한다”고 17일 주장했다.
그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주최한 ‘혁신과 포용의 새로운 모색’ 국제포럼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드세르 부국장은 “디지털 시대의 혁신은 새로운 생산성의 역설을 만들고 최상위 국가의 소득 불평등을 확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생산성의 역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관찰되는 현상으로 디지털화를 통한 혁신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OECD 국가의 생산성 증가 속도가 상당히 저하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화는 소득 불평등의 핵심 동인으로 승자독식의 반경쟁적 시장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선도기업과 후발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는 정보통신기술(ICT) 집약서비스 산업에서 현저히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국가 간, 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디지털기술의 채택과 효과적인 활용력 차이와 연관된다며, 노동소득분배율이 감소한 국가의 경우 실질임금과 생산성의 괴리현상이 기술선도 기업에서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중해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기조발제에서 “한국경제는 2000년대 이후 자본·노동 투입증가율 감소, 생산성 향상 부진 등으로 ‘혁신 없는 저성장’ 국면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노동 인력 당 연구원 수 등에서 세계최상위 수준에 이르렀지만, 투입 대비 혁신성과는 저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혁신 활동에 중점을 두고 기술경제 시스템 관련 제도를 장기적, 지속적으로 혁신 친화적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이어진 기조발제에서 OECD의 국제성인역량 조사를 활용해 인구의 인지역량 분포와 배분을 비교했다. 그는 “국가별 수리력 상위 1%에서 한국은 33개국 중 30위로 최하위권이지만, 점수의 중앙값과 하위 1%에서는 33개국 중 각각 20위와 8위”라면서 “분포의 상단을 비교할수록 순위가 하락한다는 것은 한국이 전반적인 역량 수준이 유사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고숙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변문우 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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