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출신인 임대식(사진·5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연 20조원의 국가 R&D 예산을 지원할 때 연구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백화점식 ‘복합 처방’을 20일 내놨다.
올 7월 ‘사람과 사회 중심의 국가R&D 시스템 혁신’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체감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 이날 보다 상세한 안을 제시한 것이다. 2016년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애로 해소에 나선 것이다.
임 본부장은 이날 과천 청사에서 과학기술자문회의(의장 대통령)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 도입 등 정부 R&D 제도개선(안)을 확정했다. 정부 규정과 지침 등의 개정은 내년 초 진행하기로 했다.
초점은 연구자의 행정부담을 줄여주고 자율성을 주되 연구 부정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선 각 부처와 기관별로 다르게 관리하던 연구비를 내년 상반기 중 통합하는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연구비도 세목별 총액만 기재하고 자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했다. 회의비·식비 등은 증빙서류 제출을 면제하는 등 정산서류도 간소화한다. 영수증에 일일이 풀칠해 제출하던 것도 없애 전자문서로 대체한다.
대학 연구실에서 학생연구원의 인건비를 갹출하다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용근거도 마련한다. 박사후연구원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석·박사 과정은 기술료 수입 등 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계속 과제는 원칙적으로 다년도 협약을 체결토록 하고 집행 잔액은 다음 해로 이월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학 산학협력단이 간접비(40%)를 연구활동에 사용하도록 ‘별도의 계정’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단과대, 학과에서도 연구 행정인력을 직접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연구자의 책임성 강화도 이뤄진다. ‘악의적인 연구비 부정집행’은 정부 R&D 참여제한 등 제재수위를 강화하고 여러 과제에 걸쳐 연구비 부정이 있다면 합산해 제재한다. 하지만 “미국은 회의비도 없을 정도로 연구비 집행 등 연구윤리가 엄격하다”(우성훈 IBM왓슨연구소 박사), “미국·일본 등은 연구자에 자율성을 주되 연구윤리가 엄격하다. 한 번 걸리면 작살난다.”(이탁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의 말처럼 여전히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5년간 국가R&D 사업비를 받아 ‘와셋’과 ‘오믹스’ 등 부실학회에 참가한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398명의 학회 참석 비용 14억여원을 회수한다고 이날 밝혔으나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나온바 있다.
과제 기획부터 선정·평가까지 깜깜이라는 지적에 따라 과제 평가결과를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서비스(NTIS) 포털에 공개하기로 했다. 과제가 끝나더라도 연구장비를 사용토록 하고, 바이오·소재 등 데이터 관리가 중요한 과제는 공유·활용하도록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임 본부장은 “자율적으로 연구에 몰입하고 책임을 지는 연구환경이 조속히 정착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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