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대표 기술주에 투자하는 4차 산업혁명 펀드들이 죽을 쑤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과 마이크론, 국내에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반도체 종목들이 실적 악화 및 업황 부진 전망에 너나 할 것 없이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15%(450원) 하락한 3만8,6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4일 5월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3만원대로 내려간 삼성전자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전날 장중 6만원이 붕괴된 SK하이닉스도 2.82%(1,700원) 내린 5만8,600원으로 밀리며 3일 연속 신저가의 늪에 빠져들었다.
국내 대표 종목의 추락은 미국 IT 시장 불안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9~11월 매출액이 시장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자 19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7.92% 급락했다. 페이스북(-7.25%)을 비롯한 FAANG 종목 주가도 모두 하락했다.
반도체·IT 기업들의 부진에 국내 4차 산업혁명 펀드들의 수익률도 처참한 수준이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4차 산업 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한국의제4차산업혁명증권자투자신탁’은 올해 수익률이 20일 기준 -24.99%로 곤두박질쳤다. 한화자산운용의 ‘한화코리아레전드4차산업혁명증권자투자신탁’도 연 수익률이 24.32%로 추락했다. 이들 펀드는 삼성전자·카카오(035720)·삼성전기(009150) 등 반도체·IT 종목에 주로 투자했는데 최근 기술주 급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4차 산업혁명 펀드도 힘이 빠지기는 매한가지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애플 등 미국 4차 산업혁명 기업에 투자하는 KTB자산운용의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증권투자신탁’은 20일 기준 연초 이후 -8.46% 손실을 봤다. 특히 중국 기술주에 베팅한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중국4차산업목표전환형증권투자신탁’은 6개월 수익률이 무려 -35.06%에 달한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대표 IT 기업을 겨냥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나마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4차 산업혁명 펀드가 시장 평균 수익률을 웃돌았다. NH-Amundi자산운용의 ‘NH-Amundi4차산업혁명30증권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2.0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전체 자산의 70%가량을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혼합형 상품으로 주식 비중은 28.41%에 불과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 성적표를 보면 미래 성장성을 보고 4차 산업혁명주에 투자하라고 권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투자 비중이 높은 반도체 실적도 꺾일 것으로 예상돼 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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