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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PEF 지분 인수' 시각 바뀌나

한앤코 SK해운 대규모 투자에

노조 '반발'보다 '환영' 메시지

"고용 안정 실적회복 영향 커"

지배구조 개선, 경영능력 기대감

대기업 PEF 협력 활발해질 듯

지난 20일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한앤코)의 대규모 투자를 환영한다”는 SK해운 노동조합의 입장이 전해지자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대기업들이 계열사 지분을 PEF에 넘길 때 가장 큰 우려가 노조의 반발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인수합병(M&A) 거래는 노조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던 만큼 SK해운 노조의 ‘환영’ 메시지는 PEF의 기업 인수에 대한 노조의 입장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조가 그간 PEF의 경영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은 PEF들이 기업 인수 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쓰면서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PEF가 기업을 인수할 때 노조가 극렬하게 반발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지난 2015년 MBK파트너스가 7조원 이상을 쏟아부어 홈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했지만 노조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MBK는 홈플러스를 쪼개서 내다 팔 것”이라며 파업으로 맞섰다. MBK는 과거 케이블TV 씨엔엠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협력업체 직원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같은 노조의 반발 때문에 MBK는 2015년 초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디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하기도 했다.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주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SFC에 입주해 있던 싱가포르대사관의 항의로 MBK를 내쫓았기 때문이다. DST로봇과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인수했던 삼부토건에서도 노조가 ‘기업사냥꾼’이라며 대주주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SK해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들어 PEF를 바라보는 노조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PEF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하고 경영에 참여하면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PEF도 과거와 달리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등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SK해운 노조가 이례적으로 ‘PEF 대주주’를 환영하고 나선 것은 한앤컴퍼니가 해운업에서 보여준 실적과 저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앤코는 2014년 한진해운 전용선 사업부와 2016년 현대상선 벌크선 사업부를 잇따라 인수해 H라인해운을 설립했다. H라인해운은 어려운 해운업황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올리며 기업가치를 올려 왔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해 영업이익 2,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 매출액은 7,658억원으로 17.1% 성장하는 등 출범 이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3·4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전체 고용 인원도 962명으로 작년 말(884명)에 비해 오히려 9% 가까이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없어질 뻔한 회사를 한앤코가 인수해 고용을 안정화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라며 “이를 보면서 SK해운 노조가 한앤코에 기대를 갖게 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한앤코는 SK해운에 투입한 1조5,000억원의 자금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2,606%에 달하는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300%대로 크게 낮아진다. 이 같은 기대감 때문에 SK해운 노사도 이례적으로 노사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앤코의 투자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PEF에 대한 노조의 달라진 시각은 일감 몰아주기와 지배구조 개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은 회사를 팔고 쪼개는 등의 M&A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른 대기업들이 M&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힘들어 마땅한 매수자가 없다는 점이다. 주요 대기업들이 경기 악화에 대비한 현금을 확보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PEF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M&A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차익을 남기고 떠난 론스타 이후 PEF에는 ‘먹튀’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었고 노조의 반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며 “PEF가 오히려 기업가치를 올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노조 리스크’도 줄어들고 있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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