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미혼 여성이 있다. 독신을 고집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결혼을 못해 싱글인 상태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부양가족도 없이 오로지 ‘혼자’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그에게도 내 집 마련의 꿈은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 청약을 통해 분양받으려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는 힘들다. 낮은 청약가점 때문이다. 그가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청약가점은 54점이다. 무주택 기간은 최대 32점까지 늘릴 수 있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이미 만점인 17점을 채웠다. 문제는 부양가족이다. 최대 35점(6명)까지 받을 수 있지만 1인가구는 기본점수인 5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최고점을 채워도 부양가족이 없는 싱글족의 청약가점은 54점이 한계다.
이 점수로 서울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정보 서비스 업체인 ‘직방’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분양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들의 청약가점 평균은 58.4점이다. 앞서 말한 54점보다 4점 이상 높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의 경우 85㎡ 이하 아파트는 청약가점에 따른 분양이 기존 75%에서 100%로 확대됐다. 청약조정지역도 가점제 적용 비율이 45%에서 75%로 늘어나 54점까지 채운다고 해도 신규 분양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혼자 사는 사람도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 욕심일까? 주변에서는 “집 없는 사람도 많은데 1인가구까지 챙겨야 하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꼭 신규 분양 아파트일 필요는 없지만 현재 준공된 아파트를 사려면 목돈이 필요하다.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진 것은 싱글족도 마찬가지다.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이나 다가구·다세대 등도 있다지만 아파트와는 조건이 다르다. TV가 필요한 사람에게 휴대폰으로도 볼 수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 않겠나.
이렇다 보니 1인가구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앞서 언급된 40대 미혼 여성의 사례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A씨의 실제 이야기다. A씨는 “어차피 배우자도 없고 늙어서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데 이 나라는 집을 사려고 해도 터무니없는 가격 때문에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고 청약은 신혼부부나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들 우선”이라며 “저처럼 가진 것 없고 물려받은 재산 없는 1인가구는 그나마 청약에 당첨돼 내 집을 갖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가점제 때문에 또 발목이 잡힌다”고 밝혔다.
청약가점은 앞서 말한 것처럼 1인가구에는 한계가 극명하다. 절반은 추첨으로 뽑는 85㎡ 초과 주택은 1인가구에 사치다. 그렇다 보니 1인가구는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접어야 하느냐는 푸념까지 나온다. 선한 의도에서 만든 제도라고 해도 사각지대나 상대적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결혼해라, 자녀 낳아라, 혜택 많이 주겠다, 이런 말들만 하지 마시고 결혼도 못하고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1인가구에도 관심을 갖고 혜택을 나눠주시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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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같은 생각을 지닌 솔로들이 적지 않았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이 수십 건이다. 그럴 만한 게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28.6%인 562만가구가 1인가구다. 갈수록 1인가구가 늘고 있지만 정부의 청약제도 지원은 1인가구를 외면하고 있다. 신혼부부나 다자녀가구처럼 1인가구를 위해서도 정부가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청약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혼자들의 아파트 청약 당첨 기회를 늘려주시기 바란다’는 글을 올린 B씨는 “가점제 방식을 바꾸든지, 다시 서울·경기 지역 청약 당첨에 추첨제도 일정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거주민들의 특성(1인가구의 증가)을 반영한 제도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가구는 오는 2025년 31.89%, 2035년 34.60%, 2045년 36.29% 등 계속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특별공급 신청도 결혼을 했거나 자녀가 있어야 가능하다. 1인가구를 위한 청약제도는 전무하다.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10평대 초소형 아파트 비율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확대되고 있다. 청원인 C씨는 “솔로여서 혼자 거주하는데 10평대 초소형 아파트를 거의 짓지 않다 보니 기회가 전혀 없다”며 10평대 초소형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지을 수 있게 법제화해달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사업을 할 때 주거 전용면적 60㎡(18평형) 이하 주택을 일정 부분 짓게 하고 있다. 이 기준을 낮춰 1인가구의 수요가 높은, 더 작은 규모의 소형 아파트를 짓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민주택 규모 등을 대대적으로 손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청약제도의 기준이 되는 국민주택 규모는 1981년 개정된 법에 따라 전용면적 85㎡다. 당시 85㎡ 아파트는 방 2개, 화장실 1개 구조였지만 지금은 평면이 개선돼 방 3개, 화장실 2개까지 나온다. 그때만 해도 4~5인 가구가 일반적이었으나 지금처럼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언제까지 국민주택 규모를 유지해야 할지 의문이다.
분양이 힘들다면 임대주택에라도 1인가구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1인가구에는 이혼·사별 등의 이유로 혼자가 된 중장년층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갈 곳을 마련해주는 것도 국가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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