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게임 허가 규제로 성장이 정체됐던 게임업계에 파란불이 켜졌다. 국내 게임사의 애를 태웠던 현지 게임허가증 ‘판호’의 발급절차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앙선전부 산하 출판국의 펑스신 부국장은 이날 하이난성에 열린 ‘중국 게임산업 연례 콘퍼런스(China Game Industry Annual Conference)’에 참석해 “일부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검토 중이며 앞으로 관련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부 게임 심사는 이미 끝나 판호 발급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살펴봐야 할 건이 많아 이를 모두 처리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호 발급 검토 대상 작품에 한국 게임도 포함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절차가 재개되면 중장기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판호는 중국 시장에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사전에 반드시 받아야 하는 허가증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후 ‘한류 금지령’으로 한국 게임은 지난해 2월 이후 판호를 한 건도 발급받지 못했다. 이후 중국 게임 규제가 강화된 점도 판호 미발급 사태 장기화에 영향을 미쳤다. 당국의 게임 규제로 중국 게임산업 시장 규모도 올해 전년 대비 5% 증가에 그치며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인구 15억명의 중국은 국내 게임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를 2008년 중국에 출시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 사용자 6억명을 끌어들였다. 던전앤파이터를 운영하는 넥슨 자회사 네오플은 지난해 중국 흥행에 힘입어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펍지의 총싸움게임(FPS) ‘배틀그라운드’도 중국 최대 온라인플랫폼 기업인 ‘텐센트’와의 협업으로 개발한 것인데 판호 발급 중지로 가장 큰 시장에는 도전장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펍지는 판호 발급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텐센트와 함께 현지 시장을 공략하며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넷마블·엔씨소프트·웹젠·위메이드 등 중국 시장의 문을 수시로 두드렸던 국내 게임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중국 내 규제 변동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총량제 등의 규제를 고려하면 판호가 발급되더라도 중국 기업이 우선될 것”이라면서 “해외 작품을 대상으로 한 허가는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이뤄질 것 같다”고 짚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지민구기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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