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정형 금리보다 높은 이상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5%포인트 높은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을 시사하면서 국내 시중금리도 떨어지면서 고정형 금리가 하락 추세인 반면 변동형 금리에 영향을 주는 시중은행 수신금리는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변동의 불확실성이 크더라도 금리 자체만큼은 낮았던 변동형 대출상품의 이점이 사라진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변동형에서 고정형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격차가 최대 50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국민은행의 24일 혼합형(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는 2.82∼4.32%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에 연동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3.32∼4.82%와 비교했을 때 하단이 최대 50bp 낮다.
신한은행도 24일부터 혼합형 가이드금리를 전주보다 4bp 낮춘 3.10∼4.21%로 적용한다. 이 영향으로 신규취급액 코픽스 연동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3.31∼4.66%)와 혼합형 금리의 최고금리차가 45bp 벌어지게 됐다.
같은 날 우리은행의 가이드금리는 3.10∼4.10%다.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3.36∼4.36%), 잔액 기준 변동금리(3.35∼4.35%)와 각각 26bp, 25bp 차이가 난다. 농협은행의 경우 가이드금리가 4bp 내린 2.81∼4.15%로 조정된다.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의 상단과 비교하면 37bp 낮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아닌 금융채를 혼합형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하나은행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유리하다. 하나은행은 금융채 6개월물을 기준으로 하는 변동형 금리가 24일 기준 3.205∼4.405%다. 이는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하는 고정형 금리(2.859∼4.059%)보다 34.6bp 높다.
통상적으로는 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다. 고정금리는 금리 자체는 높지만 금리 변동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덜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주택담보대출 상품 시장에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은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글로벌 금리 인상을 이끌었던 미국 연준이 내년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하는 등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준의 발표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9개월 만에 최저로 하락했고 이전부터 주춤대던 시중금리도 한층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2.026%까지 내렸다. 이는 지난해 1월 24일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기록이다.
반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상승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은행의 수신상품 금리도 함께 인상된 영향이다. 코픽스는 시중은행 수신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이 같은 금리 역전현상은 앞으로도 심화할 공산이 크다. 지난달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이 이달 초 수신상품 금리를 일제히 0.3%포인트가량 인상했지만 아직 코픽스와 변동금리에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12월 수신금리 상승은 내년 1월 15일 발표되는 코픽스에 반영되며, 16일 변동금리에 영향을 준다. 코픽스는 이미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이용 중인 차주라면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정형 대출로 대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를 살펴보며 결정하는 것이 좋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정금리가 더 낮은데 마다할 필요가 없다”며 “신규 대출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적은 시기고, 기존 대출자는 변동형 상품에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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