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빨리 달리고 있어도 페달을 밟지 않으면 금방 쓰러지는 것처럼 기업도 현재 위치가 아니라 미래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얼마나 지속적으로 노력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좌우됩니다. 전반적인 제조업 침체로 산업용 절삭공구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지만, 아이템을 다변화하고 고객층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100년 기업으로 자리 잡겠습니다.”
김동연(68·사진) 동신툴피아 회장은 23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임직원이 한 마음으로 뭉쳐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 2009년 250곳이던 구매업체는 지난해 700곳으로, 취급 품목은 약 8만개에서 약 50만개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던 커팅 툴의 비중도 현재는 40%로 낮추는 등 아이템을 다변화했고, 덕분에 경기 불황 속에서 매출 성장세를 이끌어내고 있다.
김 회장이 산업용 절삭 공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나주에서 야간 중학교를 갓 졸업한 16살 소년은 이불 보따리 하나만 둘러메고 무작정 상경했다.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서대문 냉천동의 한 절삭 공장에서 하루에 40원을 받으며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굉음과 기름 냄새로 가득 찬 공장에서 쇠를 깎고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뚫는 일을 하기를 몇 년, 사촌 형이 세운 공구 유통업체 동화기공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곧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공구를 사용해 직접 기계부품을 깎고 다듬었던 경험을 토대로 손님에게 적합한 공구를 추천했고 어떻게 사용하면 더 좋은지 조언도 건네면서 무서운 속도로 단골을 확보했다. 급기야 지난 1984년 동화기공을 인수했고 연간 매출액 1,5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김 회장은 “16살이 되던 해 3월 15일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와 처음 찾아간 곳이 남대문이었는데 ‘친정어머니’란 영화 간판을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돈이 없어서 하루에 두 끼밖에 먹지 못하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유담프(끓인 물을 담을 수 있는 양철 용기)를 끌어안고 잠들었던 시절이었다”고 돌아봤다. 산업용 공구 유통업체인 동신툴피아는 지난 2009년 516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1,48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커지며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절삭공구 유통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성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추구해 온 김 회장의 결단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남다른 실적 증가 뒤에는 지속적인 고용 증가가 있었다. 김 회장은 “유통업은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확장하며 새로운 마케팅을 펼치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업은 같은 것을 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데 새로운 것을 하려면 새로운 사람이 필수적인 만큼 적극적으로 고용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말 103명이었던 동신툴피아 직원 수는 지난해 말 260명을 넘어서며 2배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주최한 ‘제4회 중견기업인의 날’ 행사에서 산업 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스로 ‘행복한 세대’라고 자칭한 김 회장은 고생과 가난을 경험했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었다고 설파한다. 그는 “어린 나이에 서울에 올라왔지만 기술을 배워 훌륭한 기술자가 되고, 나만의 공장을 갖겠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며 “가족이나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면 성공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조언을 하는데, 이런 이유에서인지 주변에서 ‘초긍정’이라 부르곤 한다”며 웃어 보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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