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쇼핑몰이 위치한 도시 너머 인근 지역까지 공략하는 유통업계의 광역상권 전략이 수도권을 넘어 주요 광역시에서도 유효한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 요인으론 터미널·역 등 교통의 요지와 맞닿아 있는 입지, 집객효과가 강한 시설이 많은 점이 꼽힌다. 그간 서울을 비롯해 분당·일산·하남·김포 등지에 백화점, 아웃렛이나 복합쇼핑몰을 낼 때는 상권 범위를 넓게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대도시 내 상권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수도권 이남 지방에서도 외부 고객 유입이 확인됨에 따라 ‘원정쇼핑’ 광역상권 전략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신세계(004170)에 따르면 부산·대구·광주에 있는 거점 점포의 올해 지역별 고객 수 비중을 집계해 보니 절반가량은 해당 도시 외부의 원정 쇼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과 대구에서는 이들 도시 외부 주민들의 매출이 더 높았다.
부산 센텀시티점의 경우 전체 고객의 52.9%가 부산 바깥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부산시민의 비중은 47.1%에 그쳤다. 외지인 고객 중에는 수도권 고객이 약 13%로 많았으나 창원·양산(7.6%), 김해(6.2%), 울산(3.8%) 등 인근 지역 고객들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들 도시는 자동차로 이동했을 때 1시간 넘게 걸리는 먼 곳이다.
대구신세계 역시 대구 외 지역에서 온 고객 비중이 전체의 58.6%로 대구시민(41.4%)의 비율을 웃돌았다. 특히 경산·포항·경주·구미 등 경북 지역 매출비중이 19.6%로 5분의1에 육박했다. 광주신세계는 광주 외 지역민의 매출 비중이 43.7%로, 이 중 목포·무안·화순 등 전남 매출이 18%를 차지했다.
이들 점포가 교통의 요지에 있고 판매시설 외에 고객을 끌어당길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원정쇼핑 인구가 몰리고 있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대구신세계는 KTX와 SRT, 고속버스, 시내·외버스, 지하철 등 모든 대중교통 수단이 집결된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에 있다. 광주신세계 역시 아시아 최대 규모 터미널 중 하나인 광주종합버스터미널과 인접해 있다.
아쿠아리움·영화관·온천 등 집객효과가 있는 시설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센텀시티점의 경우 백화점 전체 영업면적의 30% 가량이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며 대구신세계는 25%에 달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일반적으로 판매시설을 제외하고 엔터테인먼트 시설 비중이 5~10%정도 차지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센텀시티점과 대구신세계는 그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백화점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면서 객단가도 늘어났다. 이들 점포에서 고객이 머무는 시간은 평균 5시간으로 일반 점포의 2배나 된다. 객단가도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센텀시티점과 대구신세계는 각각 121, 117에 이른다.
광역상권에 관한 고민은 수도권에서는 이미 기본사양이다. 대표적 복합쇼핑몰로 꼽히는 스타필드는 유입 고객의 절반 이상이 점포가 위치한 곳에 살지 않는다. 스타필드하남은 전체 고객의 85%가 하남 외부에서 유입되며 40%는 서울 강남권 고객이다. 스타필드고양 역시 고객 전체의 50%가 서울·인천·파주·김포 등 외지인. 현대백화점(069960) 판교점의 경우 점포가 위치한 성남시 외부에서 거두는 매출이 전체의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역상권 전략이 수도권이남 지역에서도 통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지방에 출점할 때도 이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오는 2020년 문을 여는 현대시티아울렛 대전점은 타깃 상권을 대전 외에도 인근 세종, 공주, 내포신도시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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