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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부담 줄인다며 법정금리 내렸는데…저축銀 "돈 안된다" 저신용자 대출 중단

"8~10등급 대출해야 남는것 없어"

내년 단계 축소...취약층 피해 우려





저축은행들이 내년부터 신용등급 8~10등급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가 서민들의 대출상환 부담을 덜어준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고 고금리 규제를 강화하자 돈이 안 된다며 저신용자 대출시장에서 철수하려는 것이다.

최저등급인 10등급은 이미 저축은행 대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퇴출된 상황에서 고위험군에 속한 8~9등급 저신용자에게까지 대출을 중단하려는 수순이다. 정부가 선의로 꺼내 든 정책이 역설적으로 저축은행이 아니면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들은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8~9등급의 저신용자 대출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24%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내년에 20%나 최소 22%까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8~9등급 저신용자는 조달비용과 충당금 적립 등 제반 비용을 반영해 최소 22% 이상의 대출금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정 최고금리가 22%로 인하되면 그 이상의 대출금리는 백지화되기 때문에 역마진 우려로 아예 대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 최고) 금리는 인하되지만 저신용자의 리스크는 그대로”라며 “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리스크를 줄여야 내년에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개정된 저축은행 표준약관도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그만큼 금리를 자동 인하하도록 했기 때문에 당장 24%의 대출금리를 적용해도 법정금리가 인하될 경우 자동적으로 인하된 금리를 적용해야 해 앉아서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가 서민의 대출상환 부담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되레 저신용자들의 대출을 막는 역설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 신용등급인 10등급에 대한 대출은 전체 저축은행 79개사 중 세람·청주저축은행 등 중소형사 2곳만 현재 취급하고 있다. 사실상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SBI·OK·웰컴 등 대형사와 중소형사 총 6곳이 10등급 신용대출을 내줬지만 4곳이 줄어 2곳만 가능하다. 저축은행은 이 같은 추세라면 8~9등급 저신용자 퇴출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저신용자 대출 취급 비중을 대폭 줄였다. 통상 ‘고금리’로 분류되는 20% 초과 금리의 대출 취급 비중을 저축은행별로 보면 12월 현재 OK저축은행은 56.78%로 전년동기(96.22%) 대비 39.44%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어 애큐온저축은행은 21.49%, 웰컴저축은행은 48.03%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49.65%포인트, 40.29%포인트 떨어졌다. 이전에 저축은행 대출을 받았던 저신용자 2명 중 1명이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금리를 낮춰 저신용자의 부담을 완화해주겠다고 하지만 정작 결과는 저신용자들이 제도권에서 밀려나는 현상”이라며 “자영업자 등 저신용자들은 사채 등을 이용해 정부 의도와 달리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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