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의 스타 프라이빗뱅커(PB)들은 내년 증시를 대체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움직임과 시장 흐름에 따라 투자 기회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PB들은 현금과 안전자산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보수적 접근법을 기본으로 하되 낙폭과대 우량주와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것을 권했다.
김완준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WM1지점 팀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금 비중을 늘리고 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외 투자 모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되는 국면에 진입한다면 충분히 반등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 중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비중 확대에 따른 수급 악화가 5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상승세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해외 투자에 대해서도 “중국은 내부적 부실, 유럽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모드, 미국은 경기 정점 논란 등으로 역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재연 NH투자증권 삼성동금융센터 이사는 내년 증시가 대체로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분기에 따라 계단식 상승이나 대폭 상승·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 이사는 “다만 하반기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회복이 나타난다면 박스권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강남파이낸스센터 PB이사는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과 미국 경기 고점 논란 때문에 내년 시장이 안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미국과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PB들이 추천하는 투자 전략은 “현금을 손에 쥐고 빠르게 대응하라”는 것이다. 이재호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장은 최소한의 수익을 쌓으면서 손해 보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센터장은 “우선 국채·회사채 등 정기적으로 쿠폰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일정 부분 현금을 확보한 후 시장 상황에 맞게 치고 빠지는 ‘히트앤드런’ 전략을 구사하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도 올 하반기 성적이 좋았던 채권 투자 등 안전자산 확보를 권했다. 박 이사는 “내년에는 주식 1, 채권 1, 부동산 1, 현금 1 등 똑같은 비율로 나눠 투자하라”며 “이 중에서도 상반기까지는 채권이 이기는 시장 흐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도 대부분의 자산을 안정적인 채권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신종자본증권 또는 달러채권을 추천한다”며 “특히 채권 투자 경험이 있다면 국내 기업이 달러로 발행한 달러채권(KP)을 편입해 4~5%대의 달러 이자와 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통한 비과세 수익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안정성 위주의 투자 전략과 함께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방안으로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를 꼽았다.
시장의 흔들림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중장기 투자 상품으로는 공모예정(Pre-IPO) 상품과 메자닌 상품(이 센터장), 미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주와 중국 내수주(최 PB이사), 글로벌 1등주 분할매수(김 팀장) 등이 제시됐다. 최 PB이사는 “알파벳·아마존 등 미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은 미래 성장성이 밝아서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상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있다는 조언이다.
이 밖에 박 이사는 “분기별 실적과 정부 정책, 글로벌 정책과 오는 2020년 이후의 성장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종목별 대응이 더 유리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눈여겨볼 종목으로 삼성전자와 고려아연,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과 SK텔레콤, KB금융지주·우리은행과 신세계 등을 추천했다. 자동차와 바이오 업종에 대해서는 다소 중립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박경훈·조양준·이경운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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