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처 합동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혁신성장과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제조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제조업 혁신을 위한 인프라 조성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다. 제조혁신을 위한 정부의 방법론은 스마트공장 조성. 같은 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경남도청에서 “2022년까지 국내에 3만 개의 스마트공장을 보급해 중소기업 제조혁신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조성과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의 전초기지인 전국 테크노파크(TP)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2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제조업 분야 혁신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면서 테크노파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고 내년부터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테크노파크는 지방정부 주도 기술혁신 거점기관이다. 지난 1998년 6곳으로 시작해 현재 18곳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 8월부터 스마트공장 지역 확산기관으로 참여하면서 테크노파크는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조성’과 ‘지방 주도 산업진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는 각 테크노파크에 지역 스마트공장 보급업무를 전담하는 ‘제조혁신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
전국 테크노파크 중 경남테크노파크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517개의 기업에 스마트공장 설립을 지원했을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남테크노파크는 경남도청이 세운 ‘경남형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4개년 종합계획’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총 2,000개의 스마트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경남에선 지난 9월 스마트공장 정책 컨트롤 타워를 맡을 ‘경남 스마트공장 민관합동 추진협의회’라는 민관협의체가 발족하기도 했다. 협의회엔 경남도,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창원상공회의소 등 민관 26개 기관이 참여했다. 경남은 스마트공장 도입 비용 중 20%를 지방비로 지원하며 스마트공장 설립 융자 이자를 최대 3.6%까지 인하해 줄 예정이다.
부산테크노파크는 ‘노후산단 제조공정 혁신 지원사업’을 기반으로 지역 중소·중견기업에 맞춤형 스마트부품 기술개발과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노후산단 제조공정 혁신 지원사업을 거친 22개 기업은 불량률이 48.6% 줄어들었고, 설비가동률이 7.2% 증가하며 원료 투입부터 제품 완성까지 소요되는 시간인 ‘제조리드타임’이 10.1% 감소하는 등 생산성 향상 성과를 거뒀다는 게 부산테크노파크 측 설명이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지역사업종합정보시스템(RIPS)을 운영하며 정보제공·기업지원 창구를 일원화했고 올해 5월부터는 부산 지역 4,000여 기업의 협의체인 ‘이엉포럼’을 후원하며 네트워크 강화도 지원하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가 초점을 맞추는 분야는 ‘입주기업 집중육성’이다. 우선 ‘스마트기업’ 300개 사를 따로 관리하며 성장단계별로 기업과 산업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경북 소재 기업 중 우수기술을 보유한 기업 18개사를 발굴, ‘월드클래스300’에 지정하고 현장컨설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경북테크노파크는 올해 4월 이스라엘의 유명 창업 엑셀러레이터인 요즈마캠퍼스를 국내 최초로 개설하고 창업과 스케일업 지원을 본격화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경북테크노파크가 지원한 400개 기업은 총매출액 12조 원, 고용 2만6,000명을 달성했다. 이들 400개사가 지난 3년간 기록한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12.7%, 고용성장률은 9.6%다.
경기도의 테크노파크들도 제조기반 혁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북부 지역을 담당하는 경기대진테크노파크는 신규산업 발굴을 위해 가구산업과 환경산업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산하기관인 경기가구인증센터가 2016년 국내 지자체 기관 중 최초로 한국인정기구(KOLAS) 시험인증 자격을 획득해 입주 가구기업의 품질보증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포천에 위치한 경기가구창작스튜디오를 메이커 스페이스로 활용, 가구 기반 창업 교육과 가구공방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환경사업 예산을 지난해 70억6,800만원에서 올해 190억5,100만원으로 증액해 슬레이트 처리지원사업, 미세먼지개선사업,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등 환경 신산업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경기 남부지역을 전담하고 있는 경기테크노파크는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기술닥터 사업’을 통해 관할 지역 내 R&D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술닥터란 경기테크노파크가 선정한 기술사·대학교수·연구원 등 기술전문가들로 경기 남부지역의 기술 애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단순 현장 기술 애로는 물론이고 불량원인 분석, 제품설계, 디자인, 시제품제작, 금형 등 제조 전반에 관한 노하우를 다루고 있는 게 특징이다. 2009년 417개 기업지원에 머물렀던 기술닥터는 지난해 총 820개의 기업을 도와줬을 정도로 성공한 산업지원정책으로 꼽힌다. 기술닥터는 내년부터 중기부를 통해 전국 테크노파크로 확대될 예정이다.
경기테크노파크는 기술닥터를 스마트공장 보급사업과 최대한 연계할 방침이다. 기술닥터가 현장에서 스마트공장 보급을 ‘밀착 지원’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경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특히 올해부터는 스마트공장 보급사업도 맡게 돼 스마트공장과 기술닥터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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