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정보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2억대를 돌파하면서 자사 사상 최대 기록을 냈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고강도견제에도 불구하고 내수와 아시아 신흥시장 등에서의 호조를 기반으로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자리 굳히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위 자리를 놓고 최근 엎치락 뒤치락 했던 애플의 올해 신형 아이폰 판매부진도 ‘화웨이 굴기’에 빈틈을 보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3일 성명에서 자체 집계 결과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인 2억대 돌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고사양 스마트폰인) P20와 아너, 메이트20 시리즈 판매가 늘면서 출하량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화웨이가 톱 3로 도약했다”고 강조했다.
2억대 돌파는 지난해 출하량 1억5,300만대 대비 30% 급증한 수치다. 2011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200만대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7년 만에 10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제 올해 화웨이의 2위 등극 여부는 애플의 10~12월 실적 발표에 달렸다. 애플의 올해 1~9월 아이폰 출시량은 약 1억3,040만대 수준이다. 10~12월에도 전년 동기 실적(약 7,732만대) 수준을 유지한다면 총 출하량이 2억 초반대 수준을 기록해 애플과 초접전을 벌이게 되지만 현재로선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하반기 아이폰 신작인 XR, XS, XS맥스 모델의 판매실적이 전작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2위 자리를 완전히 내어주면 내년에도 애플이 화웨이를 재역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임원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화웨이측의 내년도 전략을 최근에 들었는데 지난해부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고가, 고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에 비하면 아이폰에 대해선 내년에도 제품을 차별화할 혁신의 기대감이 시장에서 높지 않고 미중간 무역갈등이 중국내 아이폰 실적에 악재가 된 상황이어서 화웨이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올해 200만원대 초고가폰을 출시해 내수와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는 등 프리미엄브랜드로 변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우며 중·저가폰 시장의 지배력 확대에 주력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전략이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제품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세계 1위에 근접할 것이며 2020년에는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직 출하량만으로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삼성전자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연간 출하량은 3억대에 육박해 절대 규모에서 아직 격차기 큰 데다가 미국,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선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 호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받쳐주는 통신설비 시장에선 화웨이가 전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이미 점유한 상태이고,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소프트웨어 생태계 측면에서도 한국보다 중국의 역량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이 절대적 우위였던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관련 부품산업에서도 중국이 상당히 추격해온 상황이어서 스마트폰 생태계 전체적으로 본다면 화웨이 굴기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창영·민병권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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