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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시험대 오른 이동걸 산은 회장

현대상선 경쟁력 키운다면서... 구조조정도 제대로 못하는 산은

구조혁신 압박에도 말발 안먹히고

전임자와 차별화 부각... 갈등만 커져

일자리 창출 역행 부담에 카드 한계

이대로두면 2022년 혈세 6조 필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구조조정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만성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상선을 수익을 내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데 놓인 여건이 만만찮아서다. 더구나 현대상선의 인적구조를 완전히 바꿔 긴장감을 돌게 하기 위해서는 감원 등 대규모 쇄신이 불가피하지만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 방침과 내부 반발에 부딪혀 시장의 기대치를 맞출 수 있을지도 변수다. 일부에서는 산은은 금융논리로 추가 자금투입에 부정적인 반면, 현대상선은 산업논리를 내세워 해운 경쟁력을 높이려면 최소 오는 2020년까지는 마중물 성격의 추가 자금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어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올 3·4분기에 1,2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2·4분기부터 누적 적자만도 1조9,8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산은이 바라보는 현대상선은 위기감이 크지 않다. 경쟁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홀로 남은 현대상선에 ‘하나뿐인 국적 해운사인 우리를 정부가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안일함이 깊게 배어 있다는 것이다. 산은 내부에서도 현대상선 임직원은 공무원 같은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느낄 정도로 불신이 크다.





이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직원들의 말이라며 전제를 달고 “쌀독(현대상선)에 쥐들이 설치는 일들이 없도록 하겠다”며 안일하게 일하는 임직원을 쳐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뒤늦게 ‘쥐 발언’이 미칠 파장을 의식해 취소하기는 했지만 현대상선을 바라보는 이 회장의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준 일화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현대상선으로 고스란히 넘어올 것만 같았던 글로벌 화주사들이 대부분 중국이나 유럽 선사로 넘어가면서 현대상선의 경쟁력은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해운사의 가장 큰 핵심 경쟁력이 화주 네트워크인데 한진해운을 아무런 대책 없이 파산시키다 보니 현대상선이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상선을 키워 글로벌 해운 경쟁력을 키우려던 정부의 정책 자체가 실패로 끝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특히 산은이 현대상선 구조조정을 강하게 주도하지 못하다 보니 내부의 안일함만 키웠다는 자성도 나온다. 이 회장이 연일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발언을 하고 있지만 현대상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만큼 대주주로서 산은의 영향력이 실추돼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산은 내부에서도 현대상선 구조조정을 놓고 단일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면서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산은의 전임자가 현대상선 경쟁력을 회복할 장기 타임테이블을 마련해놓았지만 이 회장이 백지화하고 새로운 접근을 하다 보니 일이 더 꼬이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기야 산은은 한진해운 출신을 현대상선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산은 스스로 현대상선 내부의 경영상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자 한진해운 출신을 투입해 압박과 영업활동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인데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한진해운 출신을 확보한다고 해도 능력검증 등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현대상선 내부 반발도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산은이 현대상선을 외곽에서 흔들기 하면서 내부 직원들의 이탈 등 동요가 커지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실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회장의 전략실패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해운 출신의 현대상선 투입은 산은의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정부나 금융당국과의 교감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현실화 가능성을 전망했다.

현대상선을 만성적자에서 빠져나오게 하려면 운영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화주도 확보해야 하는데 집안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현대상선에 물건을 맡길 화주가 있겠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현대상선 해법은 단순히 인적 쇄신뿐만 아니라 고차 방정식이 필요한 상황인데 산은이 감정적으로 접근하면서 매듭을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추가 예산투입에 대한 우려 때문에 무조건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지만 현대상선은 산업 측면에서 나름대로 경쟁력 회복시기가 있고 이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신뢰가 깨져버려 사사건건 어긋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현대상선 내부와 정치권의 반발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구조조정에 그나마 성공할 수가 있는데 과연 그런 리더십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 감원 등을 수반하기 때문에 손에 직접 ‘피’를 묻혀야 하고, 일자리 창출 기조가 강한 청와대를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이 회장이 잘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번 구조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2022년에는 국민 혈세 6조원을 넣어야 한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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