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시에 산타랠리는커녕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이달 10% 넘게 급락했지만 코스피는 1%대 하락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내려간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무역분쟁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이 코스피 2,000선을 지탱해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 6조원을 팔아치운 외국인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과 바이오·엔터주의 쌍끌이 효과도 여전하다.
26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31%, 0.6% 하락한 2,028.01, 665.74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다우지수가 직전 영업일인 24일(현지시간) 2.9%, 25일 닛케이지수도 5.01%나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 외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들어 미국보다 더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이날 소폭 하락(-0.26%)한 채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월 급락하며 요동쳤지만 11월부터는 미국·일본 증시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11월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하락률은 0.08%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3.29%), 다우지수(-13.2%), 닛케이225(-13.4%)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오히려 2.63%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그동안 빠질 만큼 빠진 탓에 하락폭이 제한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9배로 장부가치보다 낮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최저점(0.85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 20년 동안 코스피 평균 PBR이 1.16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인 셈이다.
아울러 하반기 이후 외국인의 팔자가 거셌지만 거꾸로 보면 앞으로의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외국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특히 10월에는 매물을 4조원가량 쏟아냈다. 선진국으로의 ‘머니무브’를 촉발했던 미국 증시의 활황이 가라앉은 지금 외국인들이 다시 저평가된 한국 증시에 눈을 돌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조심스럽게나마 저점 매수를 늘려가는 모습이다. 기관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79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336억원을 사들였다. 같은 날 ‘블랙 크리스마스’에 놀란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686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475억원을 팔아치웠지만 이를 기관이 고스란히 받아낸 셈이다. 기관은 이달 들어서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가량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많이 떨어진 만큼 다시 사들일 타이밍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한국 증시와의 ‘커플링’이 강해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완화되는 조짐인데다 다음달 경제공작회의에서 경기부양책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 완화와 경기부양책 발표 덕분에 한국 증시의 낙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무역분쟁이 해소될 경우 한국 증시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대외적 악재가 완화된다면 내년 분기별로 박스권 상단이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밖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쌍끌이’로 투자 심리를 견인하는 분위기다. 이날도 셀트리온(068270)이 8.31%,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3.3%, 에스엠(041510)·JYP Ent.(035900)·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등 엔터테인먼트 대장주 3사도 2~3%씩 상승하면서 하락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모습이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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