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유가 하락과 수요 부진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 업계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IMO 2020’에 기대를 걸고 있다. IMO 2020은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것이 골자로 오는 2020년부터 시행된다. 일각에서는 IMO 2020 시행에 따라 정유사들의 매출이 최대 2,000억달러가량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정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에쓰오일·GS(078930)칼텍스 등 정유 3사는 유가 하락에 따라 감소하는 이익에 대해 새로 시행되는 IMO 2020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에너지인텔리전스는 내년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석유 수요 증가분이 일일 기준 100만배럴 이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IMO 2020이 시행되면 기존 고유황 벙커씨유를 해상운송용 연료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저유황유 사용 △스크러버 설치 △액화천연가스(LNG) 사용 선박으로 전환 등으로 대처해야 한다. 다만 배기가스의 황 함유를 낮춰주는 장비인 스커러버의 경우 설치 과정에서 반년가량 선박 운행이 제한되는데다 높은 설치비용 때문에 관련 수요가 2025년까지 5,000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LNG 사용 선박으로의 전환 또한 설비 비용 및 기존 중유 대비 연료 적재공간 확대 등의 영향으로 2030년께는 총 선박 수의 6%가량만 LNG선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운송선박 대부분이 저유황유를 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선박 연료로 사용되는 석유는 전 세계 전체 석유 소비량의 5%가량인 하루 500만배럴이며 이들 선박 중 3분의2가량이 고유황유를 사용하고 있다. 해운사가 사용하는 일일 기준 320만배럴의 연료에서 추가적인 마진 확대가 가능한 셈이다. 실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IMO 2020이 100% 준수될 경우 고가의 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높아진 운임비용 등으로 정유업체 매출 증가분이 최대 2,4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방도상국 간 해상 운송 시 IMO 2020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실제 준수율은 80%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 또한 저유황유를 비롯한 부가가치가 높은 정유제품 생산에 애쓰고 있다.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고도화시설(RUC) 및 올레핀다운스트림(ODC)을 통해 올해 저유황유 등을 시범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2,400억원을 투자한 아스팔텐분리공정(SDA)을 올 하반기부터 가동 중이며 SK이노베이션은 울산콤플렉스에 1조원가량을 투자한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2020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저유황유 보급 확대를 위한 정유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유 부문 고도화율을 40.6%로 끌어올리는 등 정유 부문 마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내년 10월까지 저유황중질유를 공급할 수 있는 판매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요 증가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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