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부작용이 그렇게 심하지 않거든요.”
일주일 전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타미플루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으니 이를 대체할 페라미플루의 급여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09년 신종플루에 걸려 타미플루를 복용했을 때 구토, 불면증 등의 부작용을 직접 경험했고 올해 A형 독감에 감염돼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들에게 비슷한 부작용을 전해 들은 만큼 질본측의 답변이 안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질본과의 통화 이틀 뒤인 지난 22일 타미플루를 복용한 중학생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타미플루의 부작용은 국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중학생이 타미플루 복용 후 고층에서 뛰어내리거나 차도에 뛰어드는 이상행동을 보여 2007년 미성년자에게 타미플루 처방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과학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올해 8월 처방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꼼꼼하게 검토한 점은 우리나라와 다른 부분이다.
독감 치료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 제제는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 페라미플루(페라미비르) 등이 있다. 페라미플루로 대표되는 페라미비르 제제는 1회 정맥주사로 20시간 뒤 열이 떨어져 복용편의성이 5일 연속으로 복약해야 하는 타미플루에 비해 높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싸다. 주사제만 10만원에 육박하고 수액과 함께 맞게 되면 15만원이 넘는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독감 치료제 시장에서는 오셀타미비르 제제인 타미플루와 한미플루가 1, 2위를 차지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타미플루의 부작용이 다시 불거지면 불안해진 학부모들은 독감에 걸린 아이에게 비싼 금액을 지불하며 페라미플루를 처방받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이 지금이라도 페라미플루의 급여화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매년 140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만큼 독감진단키트의 급여화 역시 시급하다.
올 겨울 독감이 유례없을 정도로 유행이다. 지난 9일부터 일주일간 외래 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환자 수가 48.7명이었다. 전주 기록한 34명보다 더 늘었다. 특히 초·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7~12세의 의심환자는 1,000명 당 112.3명, 13~18세의 의심환자는 137명에 달했다.
하지만 타미플루의 부작용이 심하지 않다고 말했던 질본 관계자는 올해 독감 환자가 크게 증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측정 기준이 바뀌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예년에 비해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인플루엔자의 확산에 대해서도 “북반구 전체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수준의 답변을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로부터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답답한 날이었다.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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