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는 드라마틱했다. 연초 코스피·코스닥 모두 5년간의 박스권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무역분쟁이 발목을 잡으면서 사실상 제자리로 후퇴했다. 시가총액은 최고점 대비 458조원이나 줄었다. 대표 업종인 반도체는 업황 때문에, 바이오주는 거품 때문에 출렁였다.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를 품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새해 무역분쟁 완화와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 해소, 남북 경제협력 진전 등이 증시에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2,041.04, 675.6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29일 2,598.19(종가 기준)까지 치솟으며 5년간의 박스권 장세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투자자들의 환호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2월 미국의 채권금리 급등으로 주춤했고 3월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시작됐다. 3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25%를 매기기로 서명한 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무역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코스피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률은 21%에 달한다.
주력업종인 반도체도 풍파가 적지 않았다. 역시 사상 최고의 주가를 연이어 경신했던 삼성전자(005930)는 골드만삭스·JP모건·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증권사가 반도체 업황 하강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올 들어 주가가 24%나 빠졌다. 액면가가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드는 주식분할도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코스닥도 반짝 상승에 그쳤다. 특히 1월에 전통적으로 나타나는 중소형주 강세 현상에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정책까지 더해지며 1월30일 15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930선을 돌파했지만 무역분쟁과 바이오주 거품에 대한 우려가 추가 상승을 막았다. 2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셀트리온(068270)은 2017년 한 해 동안만 108%나 급등한 상황이었다.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도 국내 대표 바이오주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5월에는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회계위반 조치 사전 통지서를 발송하면서 바이오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경색됐다. 이는 코스닥 전반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코스닥지수를 결국 670선까지 끌어내렸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연말을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시가총액도 쪼그라들었다. 1월29일 국내 증시 전체의 시가총액은 2,019조원으로 사상 첫 2,000조원 돌파의 쾌거를 거뒀지만 현재 1,561조원으로 감소했다.
기업 실적은 올 상반기까지 사상 최고치 행진이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36개사의 순이익은 63조4,01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4분기부터 다소 이익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했고 4·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둔화세가 예상된다.
이 같은 요인 탓에 내년 증시에 대해서도 섣불리 기대감을 품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대체로 승승장구했던 미국 증시마저 12월에만 10% 가까이 하락하며 1931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약세장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한국 증시가 2,000선이라는 지지선을 지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중국 등 전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증시 랠리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최근 글로벌 조정 장세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하방경직을 나타내고 있고 신흥국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 수준으로 역사적 최저점에 근접해 있다.
부진한 장세 속에서도 몇몇 업종은 꿋꿋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에스엠(041510), JYP Ent.(035900),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를 비롯한 미디어·콘텐츠주는 하반기 들어 주가 상승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수소차 관련주도 강세다. 이밖에 철도·건설 등 남북 경협과 관련된 업종들이 앞으로의 경협이 진전되면서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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