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은 올해 3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카본 파이버 만든 슈퍼 카 ‘세나’를 공개했다. 2017년 12월 영국에서 코드명 P15로 공개된 세나는 과거 맥라렌 소속으로 포뮬러원(F1)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전설적인 레이서 ‘아일톤 세나(Ayrton Senna)’의 이름은 딴 모델이다. 세나는 맥라렌의 유명 스포츠카 720S보다 200㎏를 무게를 줄여 1,198㎏에 괴물 같은 출력(789마력·토크 81.6㎏·m)으로 제로백(0→100㎞)을 2.5초 만에 끝내는 현존하는 궁극의 슈퍼 카로 불린다. 아이러니한 상황은 맥라렌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세나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맥라렌은 약 11억 가량하는 세나를 500대 한정판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미 모터쇼가 열리기 전에 판매가 완료됐다. 당시 세나는 이미 맥라렌을 한 대이상 소유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판매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지 못한 고객들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세나의 사례에서 보듯 고객의 애를 타게 하는 ‘한정판’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 카 브랜드 가운데 “항상 수요보다 1대 적게 만든다”는 철학을 가진 포르쉐도 최근 레이싱 카 ‘포르쉐 935’를 공개하면서 77대만 한정 판매한다고 밝혔다. 가격은 9억 원. 업계는 무난히 완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페라리는 내놓는 모델 대부분이 한정판이다. 특유의 정체성을 녹인 한정판 모델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는 희소성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자극한다. BMW와 재규어와 같은 고급 차 브랜드들은 ‘BMW 7시리즈 40주년 에디션’, XJ 출시 50주년 기념 모델 ‘XJ50’ 등을 내놓으면 전통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양산 차 업체들도 한정판 마케팅을 활용하는 분위기다. 연간 수백 만대, 많게는 1,000만대 이상의 차를 판매하는 양산 차 브랜드의 차량들은 개성을 표현하기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강하다. 대신 다양한 트림을 둬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힌다. 하지만 양산차 브랜드들도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이 부분을 눈치챘다. 쌍용차(003620)는 젊은 이미지가 강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티볼리의 ‘아머 기어II 스타일링’ 에디션을 통해 차 지붕 색상과 휠 등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나만의 티볼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르노삼성도 이에 질세라 한정판 내놓기에 뛰어들었다. 르노삼성은 르노의 유럽 베스트셀링 해치백 클리오의 ‘스틸 에디션’을 이달 120대 한정판으로 내놨다. 르노 브랜드의 출범 120주년을 기념하며 내놓은 이 한정판 차량은 클리오 스틸 에디션은 전용 외관과 내부 데코레이션으로 디자인 차별성을 갖췄다. 외관 사이드에 부착된 스틸 배지를 비롯, 블랙 아웃사이드 미러와 사이드 몰딩, 블랙 투톤 알로이 휠, 육각형 모양의 스틸 전용 데칼을 적용해 개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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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005380)는 차별적인 내외장 디자인을 적용하는 데 그친 기존 한정판을 넘어서는 콘셉트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 ‘마블(MAVEL)’ 시리즈를 녹인 소형 SUV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을 내년 1월부터 전 세계 시장에 7,000대에 한정해 판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 차는 공식적인 세계 최초 마블 전용 양산 차다.
외장컬러는 무광 메탈릭 그레이(짙은 회색)에 전면부는 마블 로고가 새겨진 V자 모양의 후드 디자인, 아이언맨 마스크의 눈매를 닮은 주간 주행등과 LED 헤드램프, 전용 레드 컬러가 적용된 가니쉬 등으로 히어로의 개성을 한껏 표출했다. 마블의 최고 인기 히어로 ‘아이언맨’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현대차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 마블과 약 2년에 걸쳐 협업해 개발했다. 현대차는 국내에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을 국내에 1,700대 판매할 예정이다. 이 밖에 현대차는 마블시리즈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해치백 벨로스터를 앤트맨 카로 만들어 영화에서 질주하기도 했다.
프랑스 브랜드 푸조도 한정판을 국내 시장에 내놓는다. 푸조는 내년 1월 국내 출시를 앞둔 중형 세단 ‘뉴 푸조 508’의 스페셜 에디션인 ‘뉴 푸조 508 라 프리미어((La Premiere)’를 40대에 한정해 판매한다. 한정판 모델은 ‘얼티밋 레드’와 ‘네라 블랙’ 등 전용 외장 색상에 이어 ‘나이트 비전’ 같은 첨단 시스템도 적용했다.
업계는 양산차들의 한정판 마케팅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구매력을 갖춘 젊은 소비자들이 대거 진입한 것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구매력이 커지는 젊은 세대는 SNS와 유튜브, 롤 플레잉 게임 등으로 각자의 개성을 중요시한다”며 “앞으로 차를 계속 사게 될 고객에게 각 브랜드만의 특별함을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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