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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등 기술유출 우회통로 막겠지만…"수출 위축" 반발도

['OLED 장비·타이어'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 추진]

수출·M&A 땐 정부 승인 필요

주력산업 후발주자 추격 봉쇄

"중국외에는 팔곳도 없는데…

매출 타격 어쩌나" 목소리도

2007년 엔진과 변속 등을 제어해 연비를 최적화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중앙통제장치(HCU) 기술은 벤츠와 쌍용차만 보유한 상황이었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투입된 나라의 재산이었지만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인수되면서 HCU 기술은 결국 유출됐다. 상하이차의 중국 임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쌍용차의 기술을 상하이차에 빼돌렸기 때문이다. 하이디스 역시 중국에 인수되면서 기술이 새나갔다. 하이디스가 보유한 광시야각기술(FFS)은 인수기업인 중국의 BOE그룹이 기술을 공유한다는 명분으로 양사의 전산망을 통합했고 결국 전산망을 통해 기술이 빠져나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 같은 기술유출로 인한 국내 산업계의 피해액은 약 5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소기업 4,700여개의 연 매출과 맞먹는 금액이다.

디스플레이 업체 직원이 검사 장비로 패널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경제DB




정부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장비와 국산 타이어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수출 또는 지분 인수합병(M&A)시 정부가 개입한다는 차원에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수출과 M&A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핵심기술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OLED는 중국의 추격을 받는 대표적 분야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시장을 접수한 중국은 OLED 패널까지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다.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 뛰어든 중국은 최근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 대형 OLED 패널 생산에도 성공했다.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LG 디스플레이가 중국의 추격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가 OLED 장비 자체를 국가핵심기술에 포함해 수출을 제한하려는 것은 장비를 통한 기술유출은 감시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톱텍의 기술유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기술이 반영된 3D 라미네이션 장비와 관련 기술이 중국에 무단 판매돼 이뤄졌다. 중국이 기술인력을 빼가며 첨단 기술이 유출된 사례는 많았지만 특허기술이 반영된 장비가 수출돼 특허기술이 유출된 사례는 흔하지 않았다. 패널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출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기술인지 아닌지 심사를 받고 수출하라는 것 아니냐”며 “미국이 자국 기업에 화웨이 장비 수입을 금지한 것처럼 산업 보호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타이어 산업도 마찬가지다. 내수에 머물던 중국 타이어 업체들은 2015년 중국화공이 이탈리아의 대형 타이어 제조업체인 피렐리의 지분을 인수하며 타이어 생산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화공은 피렐리 인수로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포뮬러 원 레이싱)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등 세계 최고 기술을 얻었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더블스타도 결국은 금호타이어의 기술력을 노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신차 개발과 함께 이뤄진 타이어 기술이 고스란히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이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런플랫 타이어 등 국산 타이어 기술 중 일부는 정부와 현대차 등의 자금이 들어간 국가기술”이라며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 당시 국산 기술유출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OLED와 타이어 외에도 정부는 각 실무부처를 통해 국가핵심기술 추가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12개 분야에서 64개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며 “화학 분야를 신설해 타이어 기술 일부를 국가핵심기술에 선정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다른 분야에서도 한 10여개 정도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지난 18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가핵심기술을 추가 지정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과 후발주자의 격차를 추월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출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OLED 설비 투자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이뤄지는 만큼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사실상 수출 금지라는 주장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중국의 올해 디스플레이 장비 지출액이 189억달러(약 21조원)로 세계 디스플레이 설비투자의 88%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국의 디스플레이 투자액 비중은 지난해 42%에서 올해 12%까지 급감할 것으로 봤다.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의 매출 또한 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했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수출이 막히면 매출의 큰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기술 보호와 수출 사이에서 적당한 이익형량을 계산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형윤 박효정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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