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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우울한 중기·소상공인] "실낱 기대마저 무너져...이젠 최저임금 위반 악덕사업주 될판"

■오늘 '최저임금 시행령' 의결 강행...자영업자들 고충 토로

"최저임금 급증에 인건비 비중이 임대료 추월...죽을 맛"

주당 15시간 미만·쪼개기 알바 늘리고 주말영업 포기

"주휴수당 주면 시급 1만원" 편의점 역권리금까지 생겨

# 경기도 양주에서 10년째 돈까스 식당을 운영하는 박치국(가명)씨는 요즘 자괴감이 든다. 직원 6명을 두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 직원 처우에 신경을 쓴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적용되면 박씨의 가게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장이 된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 월 근로시간에 주휴시간(35시간)이 합산되면 그가 지급하는 시급은 1만원이 아니라 8,325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인 8,350원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명절 때면 꼬박꼬박 떡값도 주고 최저임금보다 훨씬 많은 시급을 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가족 같은 직원들을 속인 악덕 사업주가 돼버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식당이 텅 비어 있다. /권욱기자




◇알바 늘리고 쪼개고…자영업자 ‘대안’ 찾기=오는 1월1일부터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되고 주휴수당도 최저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식음료매장이나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현장에서는 영업일을 줄이거나 가족을 매장에 동원하고 아르바이트생을 늘리는 ‘쪼개기’나 자동주문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정현(가명)씨는 내년부터 아르바이트생을 3명으로 늘려 각각 이틀씩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방식을 바꾼다. 근무시간을 14시간으로 줄여 아예 주휴수당이 발생할 여지를 없앤 것이다. 김씨는 “월 2명분의 주휴수당으로 60만원을 추가 부담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최근 최저임금법 시행령 적용에 맞춰 주당 15시간 미만 2일제 아르바이트나 하루 3시간씩 근처 매장을 옮겨가며 일하는 ‘쪼개기 알바’ 같은 것을 주선해주는 곳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24시 카페를 운영하는 이윤주(가명)씨도 추가로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 없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이씨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은 총 10명이었지만 불경기에 임대료 및 최저임금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이씨는 아르바이트생을 서서히 줄여왔다. 이씨는 “한창 잘나가던 2012~2013년에 200을 벌었다면 2015년에는 100, 급기야 올해는 70 수준”이라며 “내년에 추가로 아르바이트생을 쓸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 있는 가게 두 곳이 연달아 임대 매물로 나와 있다./변수연기자


◇‘핫’한 홍대·익선동도 주말영업 포기 속출=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요즘 핫하다는 홍대, 종로 익선동 인근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주 말인 29일 오후에 돌아본 홍대 인근은 어울마당로 등 핵심상권을 조금만 벗어나도 불이 꺼진 점포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0월에 개업했다는 한 족발집 주인 김모(27)씨는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오르면 원자재 값 상승까지 겹쳐 임대료보다 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15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해온 공인중개사 정병주씨는 “개업 문의보다 장사를 접고 나가려는 문의가 더 많다”며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빠졌는데 인건비까지 연거푸 오르니 버틸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렵기는 핵심상권도 마찬가지. 25년 넘게 철판볶음밥 집을 운영해온 박종배씨는 당장 1월1일부터 오르는 최저임금에 걱정을 넘어 분노를 보였다. 그는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임대료가 더 부담이라구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부터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임대료를 역전했는데 무슨 소리입니까”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항의했다.



같은 날 저녁 종로구 익선동 일대의 메인 상권은 이미 한 차례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위해 동네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발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거리 역시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도 온도 차가 확연했다.

‘주얼리 골목’에서 4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오모(57) 씨는 저녁까지 한 테이블도 손님을 받지 못했다. 오씨는 “내년에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비용이 더 늘어날 텐데 아르바이트생을 3명까지 늘리는 봄·여름·가을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인근 카페 사장 정 모씨도 “두 달 전부터 알바생 3명을 모두 정리하고 정직원 1명과 내가 일한다”며 “커피로는 수익이 안 나 피자·치킨까지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직원들이 정리를 하고 있다./권욱기자


◇“6개월 월세 선납 ‘역권리금’까지”…편의점 업계 ‘격앙’=편의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여름부터 정부 측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31일 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격앙된 분위기다. 최종열 CU 가맹점주협의회장은 “과거에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을 때 관련 법원 판례가 있어 구제받을 여지가 있었으나 이제는 불가능한데다 처벌도 강화됐다”며 “가맹본사와의 상생협약 역시 기대에 못 미쳐 이대로는 영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회장도 주휴수당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4대보험과 퇴직금 부담에, 주말 알바생 주휴수당까지 주게 되면 시급이 1만원을 넘기게 된다는 게 이유다. 계 회장은 “최근 권리금은 고사하고 심지어 일부 가게에서는 6개월치 월세를 내주는 ‘역권리금’까지 생겨났다”며 “자영업자들이 견딜 만한지를 판단하고 적절한 폭으로 올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가맹점 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고 매출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안다”며 “편의점과 달리 가맹본사가 중소기업이라 상생협약 같은 요구도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주휴수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수민·김연하·변수연·심우일·허세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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