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에서 연이은 허가 소식을 알려온 셀트리온(068270)이 내년 제약 분야의 ‘메이저리그’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최근 관계사인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의 금감원 감리 소식이 전해지며 셀트리온 역시 다소 주춤했지만 해외에서의 낭보로 우려를 씻겠다는 각오다.
셀트리온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램시마, 트룩시마에 이어 미국에서 따낸 세 번째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 허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 제약 시장 매출의 50% 이상으로 FDA 허가는 곧 최고 수준의 의약품 개발 및 생산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뜻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의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 허셉틴, 리툭산(맙테라)의 글로벌 매출은 24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미국 매출은 14조원에 이른다. 셀트리온 측은 “현재 FDA가 허가한 바이오시밀러 16개 가운데 3개가 셀트리온이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정부의 경쟁 유도 정책으로 현지 의약품 유통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높은 품질에 합리적 가격, 고가 의약품과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바이오시밀러는 이러한 미 정부의 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의약품”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유럽에서는 ‘퍼스트 무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럽에서 출시된 셀트리온의 3개 바이오시밀러는 모두 순항 중이다. 첫 제품 램시마는 올해 유럽 시장 점유율 54%이고, 지난해 4월 출시된 트룩시마는 시장점유율 32%를 기록했다. 올해 5월 출시한 허쥬마도 프랑스 등에서 입찰 수주에 성공하며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도 테바,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사와 긴밀한 협력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테바의 항암 네트워크가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도 긍정적이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유럽에서 축적되는 실제 처방 데이터로 미국 시장 침투 속도는 빠를 것이며, 미국에서의 판매 가격도 유럽 대비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구·개발비(R&D)의 자산화 규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리 선언 후 전향적인 규제 완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바이오 업계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연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회계 감리 소식까지 전해지며 바이오 업종의 주가 변동성이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성장성 자체가 꺾인 게 아닌 만큼 향후 셀트리온을 비롯한 관계사들의 사업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67%로 예상한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매출이 본격화하고, 2020년부터는 램시마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연구원은 “공격적인 약가 인하 전략이 필요했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미국에서의 약가 인하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며 “이익률이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회계 감리는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매출채권의 경우 회수기간에 대한 그간의 우려가 감리를 통해 투명하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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