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경제신문이 진행한 신년 설문에서 절반 이상(52명)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경제정책’으로 최저임금의 과속인상을 꼽았다. 강순희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정책의 방향성은 옳으나 속도와 부작용에 대한 고려·대책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최고의 경제정책’으로 꼽은 한 전문가도 “자영업자의 과당경쟁을 줄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면서도 “(경쟁력 낮은 자영업자를) 경쟁력 제고나 준비기간 제공 없이 거칠게 쫓아내는 모습이 돼 국민의 고통을 늘렸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무마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정과 관치금융을 동원한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최악의 정책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이나 ‘재원 없는 정책’을 꼽은 한 전문가는 “브레이크(일자리안정자금)와 액셀러레이터(최저임금 인상)를 동시에 밟은 셈”이라며 “재정이나 관치금융으로 막아서 해결하려 하면 국가 전반의 산업·금융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에 대한 조언으로는 과도한 가격 개입 자제와 시장의 자율성 존중이 많았다. 오동윤 동아대 교수는 “카드 수수료 인하, 편의점 거리제한 등 시장 개입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했고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은 “정부가 군림하듯 시장을 좌지우지하려 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념에서 탈피해 전문적인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는 당부의 목소리도 있었다. 곽수종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3년짜리 경제정책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려 하지 말고 정직하고 진실되게 한국 경제 현실을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전문가들을 적폐나 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의견을 존중해 부디 균형 잡힌 경제운용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를 통한 산업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규제완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노동개혁을 통해 기존 산업, 특히 중국의 위협 등으로 경쟁력 위기에 직면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은 “노동계와의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으로 밀린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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