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황금돼지띠의 해’다. 돼지는 둔중한 몸으로 신체적으로는 강인하면서도 지능이 높아 영리한 동물이다. 무엇보다 ‘돼지저금통’에서 보듯 돼지는 부를 축적하는 재산을 상징한다. 이 때문에 돼지띠들은 돈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기도 한다. 기해년 산업현장을 진두지휘할 돼지띠 최고경영자(CEO)에게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의 경기가 정점을 찍고 무역전쟁의 여파로 성장률이 둔화할 중국 등 글로벌 경제의 앞날은 새해에도 밝지 않다. 기해년에 돼지띠 CEO들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며 국가의 산업을 부흥시키고 부를 늘려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재계에서 황금돼지띠의 해를 가장 많이 맞이한 CEO는 조석래(1935년생) 효성(004800)그룹 명예회장이다. 조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 6·10만세운동을 이끌었던 부친이자 창업주 고(故) 조홍재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나일론 사업에 뛰어들어 현재의 효성그룹을 키워냈다. 조 회장이 강조한 ‘기술 중심의 유전자(DNA)’는 지금의 효성그룹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조 회장의 3남인 조현상(1971년생) 효성 총괄사장도 돼지띠다. 지난 6월 효성의 총괄사장에 오른 조 사장은 새해에는 첨단소재와 중공업·화학 등에서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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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띠 CEO의 주축은 1959년생이다. 만 60세인 이들은 우리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장에서 활약해왔다. 현장 경험이 농익을 때인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산업과 경제환경의 패러다임이 파괴적으로 바뀌는 현실을 딛고 살아남는 법을 체득한 경영인들이다.
이동훈(1959년생)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돼지띠 CEO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그야말로 야전이다. 국가 지원을 안고 매섭게 추격하는 중국의 공격을 막아내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같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영리함을 발휘해야 한다. 돼지띠인 이 사장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도 돼지띠다. 부진한 해외 건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민함을 발휘해야 한다.
조규영 에어서울 사장도 1959년생으로 돼지띠 CEO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8년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조 사장은 새해에는 안정된 유가를 바탕으로 그룹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1959년생인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도 기해년 새해 어깨가 무겁다. 수년간 침체했던 조선업의 시황이 회복하며 현대미포조선은 2018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는데 이 같은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 지난 한 해 희망퇴직 등 뼈를 깎는 경영쇄신을 한 현대일렉트릭을 맡은 정명림(1959년생) 사장도 도약을 준비 중이다.
강희태(1959년생) 롯데백화점 대표도 기대되는 돼지띠 CEO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후폭풍이 가라앉으며 기대를 걸고 있다.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대표와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 김성한 부산롯데호텔 대표도 롯데그룹 돼지띠 CEO로 주목된다. 세아그룹의 주력인 남형근 세아제강지주 대표(전무)와 권병기 세아제강 대표(부사장), 마정락 세아엠엔에스 대표(부사장) 모두 새해 바쁘게 뛸 돼지띠 CEO다.
중견·중소기업계도 현장을 이끄는 돼지띠 CEO들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장인이기도 한 정도원 삼표시멘트 회장이 대표적인 1947년생 돼지띠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등 중견·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오너 경영자들도 1947년생이다. 국내 1위 악기 제조업체 삼익악기의 김종섭 회장, 생산자동화 설비 분야의 대표적 중견기업 삼익THK의 진영환 회장도 1947년생 돼지띠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1971년생 돼지띠 CEO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1971년생 CEO는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 대표다. 네오위즈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나 대표는 새해에 실적 반등을 통해 한때 넥슨과 넷마블·엔씨소프트와 함께 ‘4N’으로 불렸던 게임 명가 네오위즈의 재건에 나선다.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공동대표도 게임 업계의 대표적인 1971년생 돼지띠 CEO다. 전통적으로 CEO의 나이가 많은 편인 제약 업계도 1971년생 ‘젊은 돼지’띠 CEO가 탄생했다. 신일제약 창업주 홍성소 회장의 딸인 홍재현 신일제약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000년 신일제약에 입사해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아온 홍 대표는 2018년 말 인사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돼 기해년 새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다.
/구경우·심우일·양사록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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