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국내 주식시장이 기해년 새해를 맞아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재산과 복을 가져다준다는 돼지의 기운이 국내 증시로도 확산돼 2019년 증시가 강하게 상승하기를 기대한다. 서울경제신문은 새해 증시를 ‘Global recession(세계경기 침체 우려)’ ‘Oversupply(반도체 과잉공급)’ ‘Leading company(기술 선도기업)’ ‘Donald Trump(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 ‘Profit sharing(이익공유)’ ‘Industry revolution 4.0 (4차 산업혁명)’ ‘Geographical risk(지정학적 리스크)’라는 ‘황금돼지(Gold Pig)’를 키워드로 전망해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날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이 영향으로 일본 닛케이지수는 무려 5% 넘게 하락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미 연방정부 셧다운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경제의 호황에 끝이 보인다는 조짐이 나타나며 전 세계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연말 들어 미국 경제에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엄습했다. 이를 고려할 때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내수주나 경기방어주 매력을 지닌 통신주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무엇보다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산된 과잉공급 우려는 반도체 경기 고점론을 확산시켰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된 반도체의 수출 증가세 둔화가 현실화하면서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견인하는 코스피지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역시 악재로 지적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국내 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 기업의 우려가 커지더라도 결국 경쟁력을 지닌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은 고성능 컴퓨터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용 서버 제품 시장 확대가 이어지고 5G 시대를 맞아 데이터 서버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 화학업계는 석유화학 제품의 부정적 전망에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신약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는 바이오주 역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초점은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 그의 말 한마디, 트위터에 올린 글 하나에 따라 세계 경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미중 무역분쟁을 촉발시키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시름을 안겨줬다. 유가를 요동치게 만든 주범 역시 트럼프다. 국내 증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북한 문제도 트럼프의 결단이 필요하다. 곳곳이 ‘트럼프 암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비롯해 주주권 강화 움직임이 거세게 불었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어느 때보다 늘어나면서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가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존에 배당에 인색했던 기업들도 현금이나 주식배당에 나서기 시작했고 올해는 그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가 박스권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배당 매력이 큰 종목이나 관련 펀드가 올해는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움직임 속에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주식은 여전히 빛나는 분야다. 미국을 대표한 기술주 ‘팡(FAANG)’의 주가는 페이스북과 애플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망(MANG)’이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옮겨가고 있다. 즉 애플을 꺾고 16년 만에 시총 1위를 탈환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롭게 포함되고 기존 팡의 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증시보다 안전지대로 불리는 미국 증시에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외부 요인에 취약한 국내 경제나 증시를 고려할 때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제재 조치 해제로 인한 북미관계 해소, 미중 간 무역갈등 해소, 중동의 뇌관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관심사다. 다행히도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하며 고착화된 북미관계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로 미중 무역분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