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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경제학자는 누구인가

류현주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장





어떤 경제가 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5%의 성장은 해당 경제 절반의 구성원에게 10%의 소득 증가를 안겨줬지만 나머지 절반의 구성원의 소득은 전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3%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웃 경제는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3%의 소득 증가를 가져왔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가능하다. 어느 경제가 더 좋은가. 좋다면 그 경제를 선택할 수는 있는가. 먼저 한 사회의 일원으로 나는 후자의 균등한 3% 성장률을 더 선호하며 그 경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혹은 경제정책 담당자로의 나는 두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한 사회의 구성원은 투표 등의 정치행위로 자신이 원하는 경제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사회에서 자신의 선호와 다른 결정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그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누구나 가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나 정책 담당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거시정책 분석 기법 ‘IS-LM모델’로 케인스이론을 모형화한 존 힉스는 저서(Causality in Economics)에서 경제학자는 현재를 알아야 하며 미래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학에서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핵심은 시차에 있다고 본다. 자연과학처럼 균형의 정적인(static)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는 늘 변하며 오늘의 경제상황은 언제나 초유이다. 경제학자는 역사학자처럼 과거를 읽고 과학자처럼 현재 상황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며 오늘의 의사결정이 미래에 미칠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경제학자는 그 사회의 경제 향방을 결정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제가 실현 가능한 선택지로는 무엇이 있는지, 선택된 모습이 내일 그대로 실현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수단은 무엇인지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과 내일의 사이에는 불확실한 수많은 변수가 있으며 경제학자들은 내일이 언제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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