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한 ‘강성부펀드’가 한진(002320)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에 이어 그룹의 모태인 한진의 2대주주가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는 것은 올해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면전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3일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케이씨지아이(KCGI)가 출자한 유한회사 엔케이앤코홀딩스·타코마앤코홀딩스·그레이스앤그레이스는 한진 지분 8.03%(92만 2,133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강성부펀드는 한진의 최대주주인 한진칼과 조양호 한진 회장 외 특수관계인(34.56%)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이 밖에 주요주주는 국민연금 7.4%, 쿼드자산운용 6.5%, 자사주 1.4% 등이다.
강성부펀드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해 조 회장 외 특수관계인(28.70%)에 이어 2대주주로 올랐고 12월27일 한진칼 지분 1.81%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 10%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강성부펀드는 한진그룹이 유휴자산이 많은데 투자 지연으로 저평가돼 있다면서 주요주주로서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강성부펀드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임을 내세운 만큼 한진 지분도 추가 매입해 10% 이상으로 높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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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에서 한진칼은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이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 회사를 주로 지배하고 있다. 한진은 부두 운영권과 물류사업을 하면서 2017년 3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나쁘고 항공 등 그룹의 주요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진은 한진칼과 함께 한진그룹의 양대 축으로 많은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강성부펀드가 한진칼에 이어 한진 지분을 매입한 것도 조양호 일가의 지분율이 높고 항공사업 이외 나머지 사업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성부펀드가 주로 유휴자산 처분 등 기업 자금흐름의 효율성을 추구해온 것에 비춰보면 한진이 과거 한진해운 시절 남은 각종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매각을 요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평가된 기업 재무구조를 바꾸고 배당 등을 늘려 주가가 상승하면 강성부펀드도 견제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였다는 명분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부펀드가 그동안 장내에서 불특정 다수의 지분을 매입해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장외 매수를 통해 지분을 매입한 점도 주목된다. 일부 기존 주요 외부 주주가 강성부펀드에 공감해 지분을 팔았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한편 한진 측은 강성부펀드의 한진 지분 매수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으며 강성부펀드 측은 다음주 공식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임세원·강도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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