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즉 스튜어드십 코드가 확산하며 기업 경영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감시자’인 기관투자자들은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아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지원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홈페이지에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이 74개라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히는 참여 신청서를 제출한 숫자일 뿐이라는 게 기업지배구조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2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드 이행 모니터링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금융감독원도 등록된 자산운용사에 한해 참여 현황을 파악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금감원 역시 기업지배구조원의 통계를 인용할 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반민반관(半民半官)’이라고는 하나 연성규범(자율규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더더욱 나설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어느 곳도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현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상장사와 기관 사이에 규제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지난달 20일 자산 2조원이 넘는 대형 상장사의 경우 지배구조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미공시·허위공시 상장사는 최대 매매거래 정지까지 당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 규정을 개정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기업은 여러 겹의 규제를 받고 정보 공개 의무까지 지는데 기관은 사실상 ‘깜깜이’ 상태”라고 꼬집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이 충실한 수탁자 책임 이행을 위해 내부 위원회 운영 등 적정한 조직을 갖추고 명확한 주주활동 정책을 마련한 뒤 이를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확인하고 감시할 주체는 사실상 없다. 기업지배구조원도 지난 2016년 강제성 논란이 일자 민간단체로서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에 주도적으로 나섰을 뿐 그 외의 권한은 없다. 일부 기관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위탁운용사 선정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KDB산업은행의 사모펀드(PE)·벤처캐피탈(VC) 위탁운용사 선정 마감일을 앞두고 3일 동안 27개의 기관이 서류 심사 가산점을 노리고 무더기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 예정 의사를 밝혔다. 이 중 서류에 탈락한 14개 기관은 아직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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