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과 올해 초 연이은 희망퇴직으로 국내 주요 은행마다 40~50대를 중심으로 수백명씩 이미 떠났거나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디지털 중심으로 업무가 바뀐데다 정부가 희망퇴직을 늘리더라도 신입사원 채용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에서 따르면 신한은행은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0년 이후 출생자나 차장급 이하 일반직 중 1964년생이다. 단 지난해 말 기준 근속 기간이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특별퇴직금 규모는 월평균 임금 8∼36개월치다. 희망퇴직 신청 기간은 부지점장 이하 직급은 4∼9일, 지점장급은 9∼14일이다.
신한은행은 부지점장급 이상 희망퇴직 신청자를 대상으로 계약 기간 1년짜리인 시간제 관리전담직 채용도 한다. 신한은행에서는 지난해 1978년생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700여명이 퇴직했다. 대상자를 넓힌 탓에 퇴직자가 전년 280명에서 크게 늘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1964년생을 대상으로 전직지원(희망퇴직)을 했다. 대상자 500명 가운데 400여명이 신청했다. 우리은행은 이들에게 기존 퇴직금에 월평균 임금 36개월치를 특별퇴직금을 주기로 했다. 최종 대상자는 오는 31일자로 퇴직 처리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2017년 7월 희망퇴직으로 1,000명 이상이 떠났다. 민영화 이후 특별퇴직금이 다른 시중은행 수준으로 오르자 신청자가 많이 몰렸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로 명예퇴직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1월 22∼26일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직원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962년생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명예퇴직 조건으로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0∼36개월치 특별퇴직금 지급을 내걸었다. 610명이 신청했으나 최종 퇴직 인원은 597명으로 확정됐다. 2017년엔 534명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다.
KB국민은행은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희망퇴직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민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015년 1,122명, 2017년 1월 2,795명, 지난해 1월엔 407명이었다.
KEB하나은행은 매년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만 40세 이상이고 근속 기간이 만 15년 이상으로 대상을 넓힌 준(準)정년 특별퇴직을 단행했다. 당시 관리자급 27명, 책임자급 181명을 포함해 총 274명이 짐을 쌌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것은 디지털 변혁으로 지점 통폐합과 인력구조 개편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신입사원 채용을 독려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24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 510명을 공개 채용했다. 지난해보다 150명가량 많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공개채용 인원이 전년보다 100명 늘어난 600명이다. 하나은행도 채용 규모를 2017년 250명에서 지난해 500명으로 두 배로 늘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5월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면 10명이 퇴직할 때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도록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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