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7일 “기존 가격에 비해 두 배 가격을 지불해도 헬륨 자체를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은 헬륨을 전량 수입한다. 연 2,000톤 가량을 카타르·미국·러시아 등지로부터 수입하는데 2018년 3·4분까지는 1,500톤 수입되며 수급에 문제가 없었으나 4·4분기 들어 비상등이 켜졌다. 카타르의 헬륨 출하가 원활하지 않은 데다 미국 토지관리국(BLM)의 경매물량 감소와 가격 폭등으로 국내 헬륨 반입이 급감한 것이다.
특히 미국 BLM 경매에서 1,000입방피트(TCF) 당 279.95달러로 낙찰받은 미국 A사가 헬륨 공급 주도권을 거머쥐면서 100% 이상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종전 경매 최고가는 1,000TCF 당 119.31달러였다. 경매 공급물량도 2017년 500MCF(만입방피트)에서 2018년 210MCF로 크게 감소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전자소재 대기업에 비상이 걸렸고, 헬륨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중소제조업체의 생산활동에도 커다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소제조업체에 헬륨을 공급하는 충전·판매업체들은 가격을 묻지 않고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소개했다. 연합회 측은 “18만 원이었던 47ℓ 용기 한 병 값을 40만~50만 원 선까지 쳐줘도 물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중소제조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공급부족사태가 향후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륨은 구리의 100배에 달하는 열 전도성과 열 처리성을 지녀 전자·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금속용접 시 공기 차단, 비행선·기구 부양, 전류발생장치 냉각, 레이저절단용 가스, 광섬유 및 금속 열처리 보호가스 등 용도로도 쓰인다. 헬륨은 공기에 소량으로 존재하지만 경제성이 낮아 주로 천연가스 또는 방사성광물에서 추출·정제해 사용한다. 수입된 헬륨의 약 70%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전자분야에 공급되고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용 장비에 10%, 광섬유분야 7%, 초저온분야 5%, 레이저가공분야 3%, 기타 벌룬 등에 5%가 쓰인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대규모 물량을 사용하는 대기업이 조금만 절약하고 중소기업은 ‘아껴쓰고 나눠쓰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며 “수급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대·중소기업이 함께 극복해 나가는 한편 정부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질소·산소 등 산업용 고압가스 공급부족이 일어났을 때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사용량을 줄여 중소제조업체의 숨통이 다소 트인 바 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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