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사라져 가고 있는 사회에서 신용카드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신용카드에는 한 사람의 ‘선택의 순간’들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에 대한 고민은 결제와 함께 끝나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사회가 정말 달라지고 있을까요? 지난해 최대 화두였던 이 질문의 답도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보면 찾을 수 있습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최근 뉴스룸을 통해 서울 시내 직장 밀집 지역 6개구(강남구, 서초구, 영등포구, 송파구, 마포구, 중구)에서 사용된 카드 내역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7~10월과 2017년 7~10월 사이 평일 저녁(오후 5시~새벽 2시)까지 데이터를 비교한 것이죠.
자료에 따르면 오후 5~7시 사이 지하철역의 개인 후불교통카드 승차 비율은 48%로 전년대비 3.2%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 조금 앞당겨졌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죠.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 기업에서의 법인카드 사용 비율은 밤 9시 이후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30.9%로 2017년 33.2%에 비해 2.3%포인트 떨어진 수치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야근 또는 회식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550만 명이 사용 중인 현대카드의 포인트 시스템인 M포인트 사용 추이를 보면 늘어난 여가시간이 외식과 쇼핑을 하는 데 쓰였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후 5시부터 8시 사이 외식 가맹점에서 사용한 M포인트 이용 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대비 7.8%포인트 상승한 53.5%. 쇼핑 분야의 M포인트 이용 건수도 51.3%로 지난해 대비 2.7%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트렌드를 꿰뚫어볼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는 카드 사용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현대카드는 주 52시간 이후 달라진 직장인들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외식(#EAT) 여가(#PLAY) 쇼핑(#SHOPPING) 등 라이프스타일 테마에 따라 M포인트 사용처를 분류하고 신규 사용처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결제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 사업모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내외 카드사들은 데이터와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대카드 어드밴스드 데이터 어플리케이션팀의 이형주 수석엔지니어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돈을 쓴다는 것만큼 선호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게 없습니다. (중략) 이걸 모으면 사람이 뭘 원하고 앞으로는 뭐가 필요하겠다는 걸 추정할 수 있죠. 그런 추정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카드사의 주 수익모델이었던 결제가 든든한 인프라가 되고 데이터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게 현대카드가 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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