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계층인식에서 ‘수저계급론’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은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고려할 때 아버지의 직업과 어머니의 학력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부모가 물려주는 부(富)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 계층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을 보면, 최근 몇 년 새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에 대한 희망을 가진 청년의 수는 크게 줄었다. 2013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응한 30세 미만 청년 중 자신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청년은 53%였으나, 2017년 조사에서는 38%로 줄어들었다. 청년의 주관적인 계층(상상·상하·중상·중하·하상·하하) 의식을 보면 대체로 서울에 살고, 가구소득이 많고,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아버지의 학력이 높을수록,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여겼다. 이들 요인 가운데 가구소득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커졌다. 소득 월 700만원 이상인 가구에 속한 청년층은 100만원 미만 청년층보다 계층의식이 한 단계 높아질 가능성이 2013년에 5.14배였으나, 2017년에는 8.22배였다.
계층이동 가능성, 일생 동안 노력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바뀌었다. 2013년에는 ‘나는 계층이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에 가구소득과 거주형태의 영향력은 적었고, 아버지의 직업과 어머니의 학력의 영향력이 컸다. 그러나 2017년에는 부모의 학력·직업 영향력 대신 가구소득의 영향력이 커졌고,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지 여부도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계층이 한 단계 상승할 가능성에 대한 청년의 인식은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보다 500만∼700만원 가구가 3.15배, 임대주택 거주자보다 자가주택 거주자가 1.27배 높았다.
2017년 조사에서는 경제활동에 대한 청년의 새로운 인식도 드러났다. 청년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안 하는 경우보다 계층 상승 가능성이 오히려 20% 낮아진다고 봤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 계층이동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첫 취업이 계층 상승의 ‘징검다리’가 아니라 ‘함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원이 사회의 계층을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이 실제 나타나고 있고, 계층 고착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경향은 본인 세대의 계층이동 문제를 넘어 다음 세대의 계층이동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발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를 축소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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