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가 4·4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돼 주가가 크게 떨어진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종목 매수에 나서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506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11일 하루 1,777억원을 포함해 이달 들어서만 8,138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주요 상장사의 실적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올해 증시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가 증시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12.29포인트(0.6%) 오른 2,075.57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19일(2,078.84) 이후 14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2,070선을 회복했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포함해 한국전력·POSCO(005490)·아모레퍼시픽(09043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포함돼 있다. 대체로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4·4분기 실적 악화가 우려돼 지난 4일 나란히 신저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최근 반등 추세다. 4일 장중 3만6,850원까지 내려갔던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51% 오른 4만400원으로 마감하며 18거래일 만에 종가 4만원을 넘었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이날까지 이틀(1월4일·8일)을 제외한 10거래일 동안 3,793억원을 사들였다. SK하이닉스도 4일 5만6,700원까지 하락했으나 어느새 6만5,100원까지 올라섰다.
한국전력은 3·4분기까지 높게 유지됐던 에너지 가격(국제유가·LNG·석탄)과 원전 가동률 하락 영향으로 4·4분기 영업손실이 예상되지만 외국인은 이달 들어 9일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수에 나서 1,121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대림산업(000210)도 지난해 11월19일부터 이날까지 약 두 달 동안 1,762억원 규모의 외국인 순매수가 이뤄졌다.
외국인 매수세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실적개선 가능성을 내다본 저점 매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이탈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달러화 강세가 올해 들어 약화됐고 최근 경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상장사들의 4·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다들 아는 내용이고 지금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져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에는 높았던 기대치에 못 미쳤던 실망감, 달러화 강세 등이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로 나타났다면 올해는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작은 호재도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1,140원대까지 올라갔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16원40전으로 마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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