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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현실이 되다

<AR·VR '리얼라이프'시대>

AR·VR, 게임 넘어 실생활로 진화

의료·유통·관광·안보에도 도입

612조 글로벌 빅마켓 형성할 듯

규제 풀고 기술 표준화 서둘러야





# 경남 진주의 B병원 원장은 지난 2017년 1월 척추질환 분야의 신기술 수술장면을 가상현실(VR) 카메라로 찍어 홍콩으로 생중계했다. 같은 시간 홍콩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생중계를 지켜본 수백명의 전문가들은 바다 건너의 수술현장을 참관한 것처럼 B병원장과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신의료기법을 배웠다.

실제 세계를 실감 나게 사이버 공간에서 재구성하는 VR, 증강현실(AR) 기술이 어느덧 우리 실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인기 한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볼 수 있는 AR·VR 수준에 버금가는 신기술들이 우리 경제·사회·안보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랜스페어런시마켓리서치(TMR)는 전 세계 AR·VR 시장이 5,470억달러(약 612조원)의 빅마켓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5년 내 우리 산업계가 AR·VR로 먹고사는 시대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AR·VR은 드라마처럼 주로 게임산업계에서 도입됐다가 이제 보다 실용적인 실생활 분야로 빠르게 파급되는 추세다. 특히 의료계가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의료인력 교육과 환자 진료·상담, 수술·재활 과정에서 전방위로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진이 환자의 외과수술 전 미리 VR로 협진하고 수술을 리허설한 뒤 집도한다. 이를 통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국립교통재활병원·가천대병원은 부상한 환자의 재활에 VR을 활용한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과 강남을지병원은 아예 가상현실클리닉·치료실을 만들어 정신질환 진료·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플랜트 시설의 개발, 관리를 위해 AR과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플랜트설비를 책상 위에 입체이미지로 시각화하는 장면/사진제공=삼성SDS 미국법인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VR기기를 쓰고 사이버공간에 재현된 응접실(왼쪽 디스플레이 화면속)에 모여 함께 스포츠경기를 감상하며 즐기는 연출장면/사진제공=SK텔레콤


건축·디자인, 유통산업 등에서도 사이버 기술 응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설립된 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은 소비자가 의류 구입 전 3차원입체(3D) 카메라로 전신을 찍으면 사이버 공간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아바타가 나오고 이 아바타에게 각종 패션상품을 실제처럼 입혀보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온라인·오프라인 쇼핑몰 마케팅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여행·관광 분야에서의 AR·VR 도입 바람도 거세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은 지난 2015년부터 해당 기술을 적용해 관람객의 실감체험을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관람객이 VR·AR 고글을 쓰고 전시된 공룡화석뼈를 보면 이 공룡이 마치 되살아난 듯 움직이고 공룡 정보가 디지털로 시각화돼 제공된다. 이 밖에 국내외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병사 훈련, 전략수립, 전장관리 등에 AR·VR 기술도입이 정책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AR·VR이 로봇 기술 등과 융합돼 달·화성 탐사, 위성·우주정거장 수리 등에 활용된다.

해당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기술개발 못지않게 제도정비도 필요하다. 특히 산업 분야별 규제 정비와 업계 간 이해갈등 조정, 기술의 표준화와 인정제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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