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서 성별 차이를 줄이는 경우 일본은 9%, 한국은 10%, 인도는 27%까지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2017년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우리나라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승진의 유리천장에 대한 논의는 여전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고 있다. 여성 고용·채용 지표를 펀드 투자의 척도로 삼은 펀드가 나왔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고안하고 개발에 참여한 상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나온 메리츠 더우먼펀드는 국내 최초의 여성 펀드다. 여성 인력 활용을 펀드의 투자 철학에 담은 첫 펀드다. 리 대표는 “많은 여성이 경영에 참여하고 더 나은 형평성을 갖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여직원들과 여성 경영자들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며 불법 행위에 대해 덜 관대하기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는 유망업종에서 가장 여성 친화적인 기업이나 개선 의지가 있는 기업을 꾸준히 발굴하려고 한다. 펀드가 담은 편입 기업으로는 하나투어와 스튜디오드래곤·코스맥스를 들 수 있다. 하나투어는 여성 직원 비율이 60%로 높고 남성 대비 여성의 임원 진급 비율이 9%로 동종 업계에서도 높은 편이다. 현재 여성 등기임원은 아직 없으나 여성 미등기임원이 13%, 여성 팀장이 24%로 향후 여성 등기임원의 탄생 가능성이 높다는 게 편입기업 선정 이유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대표이사가 여성이고 직원 중 여성 비율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남녀평균근속연수차이가 0.1년으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아 성별이 아닌 능력 위주의 채용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맥스는 여성근속연수가 4.4년으로 남성(3.8년)보다 오히려 높았고 남녀 급여 차이 역시 섹터 평균에서 낮았다.
해외사례에서 보면 ‘포춘 1000’ 기업 중 여성이 CEO인 경우 임기 동안 103.4%의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보다 33.9%포인트 초과 수익을 냈다.
더우먼펀드는 국내 여성의 경제 참여확대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을 선별해 장기 투자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의 ESG, 지속가능 경영수준을 평가 분석하는 전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로부터 리서치 컨설팅을 받았다. 여성 사회참여가 높은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에 투자해 수익률도 1개월 1.31%, 설정 후 4.58%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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