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지난해 3·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사는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여파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공산이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라 8,200여명의 직원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노조가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제대로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한 개정안에 맞춰 법 위반을 피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현재 격월로 주는 상여금 600%(전체 750%)를 매월 주거나 아니면 기본급을 높여 지난해에 비해 10.9% 오른 최저임금(8,350원)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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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저임금을 따지는 근로시간도 179시간에서 올해 209시간(유급휴일 포함)으로 늘어났다. 상여금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기본급이 높아지고 노동시간마저 늘게 되면 현대차 같은 고임금 사업장의 임금상승 효과는 최저임금 상승분(10.9%)을 훨씬 상회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기본급을 올려 대응하게 되면 연간 수천억원 이상 비용이 더 들게 된다”며 “매년 연봉 협상으로 임금이 오르는데 상여는 그대로 다 받고 다시 돈을 더 달라고 하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봉은 9,000만원 이상으로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면 9,600만원 이상으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들인 일본 도요타(8,390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300만원)을 넘어선다.
문제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상여금을 월별로 지급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회사가 매월 상여금을 주는 쪽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도 노사가 합의하는 단체협약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최저임금법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올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와 비슷한 사정에 있는 상당수 대기업들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여금 지급 체계를 매월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만 해도 입사 1~3년 차 정규직이 최저임금법에 미달한 상태고 대우조선해양도 저연차 사원들이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쳐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노조의 반대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노조에서 보듯 노조는 상여금은 그대로 받고 기본급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정부가 각기 다른 사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강제한 부작용이 연초부터 불거지고 있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는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고 알아서 임금체계를 바꾸라고 했지만 이런 무책임한 처사가 어디 있느냐”며 “노조의 동의 없이는 임금 체계를 바꾸지 못해 현장에서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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