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인천대 교수가 오는 2022년까지 3만대가 보급될 스마트 공장과 연계해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확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에 대한 FEMS 보급을 추진하는 등 FEMS 도입에 적극적인 만큼 김 교수의 제안을 바탕으로 한 예산 지원과 중장기 보급 계획 등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15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 2차 토론회에서 산업 부문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 부문의 에너지 효율은 역성장하고 있다”며 “에너지 절감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FEMS 도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FEMS 도입을 위해 정부 보조금을 늘리는 선진국과 달리 규제 일변도인 에너지 정책으로는 수요 감축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단일설비나 기기의 효율관리 중심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FEMS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개별 기기의 에너지 효율을 단순히 높이기보다는 공장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FEMS의 도입이 근본적인 산업 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산업 부문은 55.9%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부문의 1990년 대비 에너지 소비량이 2.2배 늘어나는 동안 산업은 약 3.8배 급증했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 시행 등으로 산업 부문의 일시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는 있었으나 지난해 들어 다시 악화됐다. 김 교수는 산업 부문 에너지 효율의 역성장에 대해 “배출권거래제 등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부담과 피로가 크기 때문”이라며 “온실가스 총량에만 정부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에너지 효율 관점에서는 실효적인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 교수는 규제도 필요하지만 인센티브 중심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기업 중 42%가 에너지·온실가스 정책에 대한 규제 대응에 힘겨워하고 있다. 감축수단의 한계도 있고 정부가 에너지 효율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기업특성 등을 반영하지 않아 재정적 문제와 업무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세제 감면과 한국형 에너지 효율 커뮤니티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토론회에 참석한 안윤기 포스코 상무도 “에너지 감축 총량 등으로 규제를 하다 보면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다가 에너지 규제 대응으로 인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는 현 정부가 이야기하는 일자리 창출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에너지 사용 절감의 대안으로 제시한 FEMS는 최대전력 사용량과 최대부하전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간과 계절별로 공장 운영방안을 수립하는 소프트웨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FEMS를 도입한 국내외 44개 공장의 에너지 절감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7% 이상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기업은 비용절감 효과를, 국가는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FEMS를 통한 에너지 절감 사례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인 엠케이전자가 대표적이다. 엠케이전자는 글로벌 대기업을 납품처로 둔 잘나가는 기업이었지만 연 13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엠케이전자는 전기요금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FEMS 보급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고 연간 1억2,000만여원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을 절감했다. 에너지 사용 효율화만으로 10%가량의 전기요금을 아낀 것이다.
우리나라 FEMS의 보급 현황은 미미한 수준이다. FEMS 설치가 요구되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10.4%만이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한 수준이다. 이유는 정부지원 규모에 있다. 일본의 경우 FEMS 지원액은 총 190억엔, 약 2,000억원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26억원에 불과하다. 한 개 사업당 최대 지원금액도 일본은 150억원, 한국은 2억원으로 약 75배 차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우 FEMS는 초기 진입 상황인 만큼 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에너지 효율 관리는 전문 분야인 만큼 전문성 확보를 위해 FEMS 사업자 등록제도 도입을 통해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형 LEEN’에 대해서도 “독일에서 시행 중인 지역 에너지 학습네트워크제도로 기업들이 지역 단위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에너지 효율 향상,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에서도 ‘한국형 LEEN’ 제도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