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주식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주가뿐만 아니라 사실 모든 물건의 가격이 그렇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주가를 예측하지만 설사 맞춘다고 하더라도 그 근거에 의한 결과임을 입증할 수 없는 추정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대한항공의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나 실제로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반드시 그 요인 때문에 그랬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투자자가 미처 알지 못한 다른 변수가 주가에 더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코스피지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해 초 3만8,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5월 액면분할 직후 5만1,000원선에 거래됐던 것을 생각하면 무려 25%나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다. 어떤 투자자는 매수할 절호의 타이밍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또 다른 투자자는 3만8,000원이라는 주가조차 거품이 끼어 있는 가격이라고 판단해 더 기다리거나 혹은 매도할 수도 있다. 만약 중국에서 판매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해서 반드시 현대차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이런 사업상의 악재가 현재 주가에 미리 반영됐는지 아직 반영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에 따라서는 현대차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에 불과하고 주가순이익비율(PER)이 8배로 낮은 것을 판단의 기준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본질에 가까운 가격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매매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투자자 본인밖에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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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기업의 주가가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것도 이처럼 어려운 일인데 국가별 또는 글로벌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그 나라 또는 세계 경제의 얽히고설킨 여러 가지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투자한 지역의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정치·노동환경 등 수많은 변수가 있으므로 총체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뉴스 또는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조각 정보를 맹목적으로 믿을 것이 아니라 투자자 스스로 정보를 취사선택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현명하게 매매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주식시장을 썩 낙관적으로 전망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와 관계없이 현재 주가가 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살 것이고 비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팔 것이다. 이 매도와 매수가 교차하는 지점이 가격이 된다. 이렇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격은 아무리 똑똑한 누군가가 지정하는 가격보다 훨씬 정확하고 효율적임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비정상적인 가격은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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