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면 축산농가 등을 괴롭히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바로 검출할 수 있는 이동식 고감도 검출장치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단 이관희 박사팀과 건국대 수의학과 송창선 교수팀은 축사와 들판에서 AI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전기신호 기반의 반도체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AI 바이러스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치명적인 고전염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데 매년 축산농가 등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국민 건강을 위협해왔다.
현재는 금 나노입자 기반의 ‘래피드 키트’를 주로 사용하는데, 검출 감도가 낮고 검사용 대상에서 바이러스를 구별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검출 신호를 뚜렷하게 구별하고 인지할 수 있는 전기신호 방식의 박막 반도체 바이오센서를 만들었다. 현장에서도 측정이 가능하도록 이를 이동식 패키지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동형 바이오센서는 고병원성과 저병원성 AI 바이러스를 기존 검출키트보다 1,000배 이상 높은 감도로 검출하면서도 오진을 일으키는 유사 바이러스에는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험군 바이러스 실험이 가능한 음압시설을 갖춘 건국대 수의과대 BSL(Bio Safety Level)-3시설에서 시험한 결과다. 다만 이 검출장치는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어 고병원성 여부를 확인하려면 수일이 걸리는 기존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관희 KIST 박사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게만 있는 특이 항원 등을 바이오센서에 활용하면 고병원성 바이러스 종류까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휴대용 AI검출장치를 개발,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기개발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사업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게재됐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